사마리아인 마음 담은 ‘고사리손’의 선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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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인 마음 담은 ‘고사리손’의 선물상자

‘사마리안퍼스’ 선한 사역에 한국교회와 가정 동참 물결

입력 2020-11-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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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사명의교회 아이들이 교회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예배를 앞두고 몽골의 또래 친구들에게 줄 편지와 선물 상자를 준비하고 있다. 사명의교회 제공
상자에 손을 얹고 모녀가 기도하는 모습. 사명의교회 제공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사는 크왈레는 신발이 없어 맨발로 학교에 간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학교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들어주신다며 크왈레를 다독였다. 하지만 기도의 응답이 길어지자 점점 크왈레의 믿음이 약해졌다. 가출해 구걸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선물 상자를 나눠줬다. 그 속에 그토록 바라던 신발이 담겨있었다. 하나님이 도와주실 테니 포기하지 말라는 어머니 말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그 길로 크왈레는 마음을 다해 교회에 나가게 됐다. 믿음, 나아가 구원의 확신까지 생겼다고 고백했다.

크왈레는 현재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예수 복음을 전하고 있다. 크왈레 어머니는 누군가에겐 사소한 물건일지라도 자신들에게는 큰 선물이었다고 말한다. 그 이후 크왈레의 아버지도 주님을 영접했다.

국제 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Samaritan’s Purse·회장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펼치는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OCC) 사역 홍보영상에 소개된 이야기다. OCC는 연말이면 전 세계 지역교회와 협력해 선교지와 미전도 종족을 찾아 지역 아이들에게 선물상자와 함께 예수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1억7800만개의 선물상자가 150여개 나라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2009년부터 2330만명의 아이들이 사마리안퍼스의 ‘가장 위대한 여정’ 제자훈련 과정에 등록했고, 1130만명이 예수를 영접했다.

내년 한국지부인 사마리안퍼스코리아(대표 크리스 윅스)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국내 몇몇 교회가 OCC 사역에 동참하며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전작업의 성격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역에서 모아진 선물은 몽골 지역과 현지 교회로 전달된다.

이승한(군포 산울교회) 목사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목회하며 OCC 사역을 알게 됐다. 2016년 산울교회에 부임한 뒤 한국에서도 사역을 이어가고 싶었다. 미국 사마리안퍼스에 먼저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다 몇 달 전 마침 한국에서 내년 사역 개시를 위해 준비 중이던 사마리안퍼스 측과 연락이 닿았다. 평소 교제하던 김승준(수원 사명의교회) 조일남(과천 한샘교회) 목사에게도 제안하자 흔쾌히 동참하겠다고 했다.

2015년 호주에서 목회하며 해당 사역을 담당한 경험이 있던 김 목사가 먼저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서로 만나지 못한 채 가정에서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려오던 성도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취지를 설명하자 각 가정에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였다. 200가정이나 동참했다. 미취학 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또래를 위한 선물을 포장하며 함께했다. 편지도 쓰고, 선물상자를 받을 친구들을 위해 기도도 했다. 이렇게 모아진 선물 상자는 지난 15일 추수감사절을 맞은 교회로 속속 도착했다.

김 목사는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면서 “코로나19로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가정에서 함께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며 마음을 모으니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산울교회는 100가정 가까이 참여했다. 조만간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는 대로 성도들과 함께 사마리안퍼스에 선물상자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성탄절을 앞두고 단순히 선물뿐 아니라 세상에 중요한 선물 같은 존재로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기회가 됐다”면서 “작은 손길만으로도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점에 성도들도 기쁨으로 함께했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한샘교회도 거의 모든 성도라 할 수 있는 80가정이 참여했다. 조 목사는 “평생의 유일한 선물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현지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은혜도 함께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은평구 은평감리교회 주일 예배에서 OCC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교회 장로들이 상자에 손을 얹고 함께 기도하는 모습. 은평감리교회 제공

아동보육시설인 은평천사원을 운영하는 서울 은평감리교회(김동현 목사)도 동참했다. 우선 지난 5년 동안 몽골 지역으로 선교를 떠났던 교회 청년부가 나섰다. 지난 22일 열린 주일 4부 예배 때는 청년들과 장로들이 함께 몽골로 전달될 상자에 손을 얹고 현지 교회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내년부터는 전 교인이 참여할 계획이다.

김동현 목사는 “몽골 어린이를 향한 정이 깊었던 교회 청년들이 참여하는 걸 보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선물과 함께 상자 안에 담길 예수 복음이 아이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하나님 사랑이라는 감동도 함께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조치원성결교회(최명덕 목사), 부산 하나교회(최원호 목사) 등 OCC 사역에 동참하는 교회들은 점차 늘고 있다. 벌써 20여개나 된다고 한다.

브라이언 그래샴 사마리안퍼스코리아 OCC 디렉터는 25일 “본격적인 사역 전인데도 우리의 비전에 동참해 준 한국교회의 반응이 매우 놀라웠고 큰 격려가 됐다”면서 “OCC 사역은 한국교회의 모든 세대가 전 세계 선교지의 현지교회들과 동역하며 복음 전도와 제자훈련 사역을 감당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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