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에게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에게

유장춘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입력 2020-11-27 04:05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니?” 상담을 위해 찾아온 학생에게 교제하는 남학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것은 학업의 진도가 아니라 연애의 진도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둘이 결혼하기로 약속했다고 했습니다. 둘 다 같은 대학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었습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자 자신 없는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대부분 학생이 그렇듯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이 안정되면 결혼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4년에서 5년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그 학생은 경제적 문제와 학업, 결혼 비용, 배우자와 부모들 인식 등 여러 이유로 결혼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부부로 함께 사는 것이 연애하며 따로 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결혼해 안정된 관계가 되면 확실히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 성장에 있어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결혼생활에서 배우는 것이 더 유익할 수도 있습니다. 결혼 비용은 단순하고 검소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는 그 학생에게 개학이 두 주 남았는데 배우자와 부모님을 잘 설득해 결혼 후에 새 학기를 시작하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친을 설득하는 데 1주일 걸렸습니다. 남친은 5일의 금식기도 후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을 하는 데 또 한 주가 걸렸습니다. 그들은 양가 부모님과 교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고, 가난한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해 함께 졸업했습니다. 지금 그 부부는 아이를 낳고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며 건강한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결혼과 가족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이 이야기가 아주 독특한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경험을 비롯해 가끔 만나는 부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학생 시절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결혼을 통해 돈 절약, 시간 절약, 공간 절약을 성취했다고 합니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빨리 자립하게 된다는 경험들도 말해줬습니다. 흔히 상대를 잘 모르고 미성숙한 결정을 하므로 결혼에 실패할 것이라고 염려하는데,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그 문제도 극복하고 성숙한 부부관계를 이루게 됩니다. 성격이나 생활 수준, 습관, 가족 문화 등의 차이들은 진정한 사랑 앞에서 무기력한 것이며 오히려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청년들의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혼전 순결을 상실하고 문란한 성생활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험동거, 낙태 그리고 정신질환과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의 대학, 특별히 기독교 대학들은 학생들의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한 학생들의 학업을 적극 지원하는 제도와 시설 및 예산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돈 없이도 결혼할 수 있도록 학교 시설을 개방하고, 부부기숙사와 어린이집을 설치하며, 부부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우선 제공해 학생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삶을 상실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결혼을 귀히 여기고 잠자리를 더럽히지 마십시오”(히 13:4)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위한 정부 지출이 연간 40조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 비용의 일부분을 대학에 지원해 학생들의 결혼과 임신·출산 대책을 위해 사용하면 매우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유장춘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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