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사찰

국민일보

[한마당] 사찰

오종석 논설위원

입력 2020-11-27 04:04

사찰(査察)의 사전적 의미는 조사하여 살핀다는 뜻이다. 통상은 국가 권력이 주체가 돼 누군가의 동태를 감시하는 일을 일컫는다. 독재 시절이나 군사정권 때 정적이나 반체제 인사, 운동권 인사 등을 탄압하기 위해 주로 많이 행해졌다. 어떤 사안에 대한 여론 악화를 막고, 여론을 한쪽으로 끌고 가기 위한 방편으로 민간인에 대한 사찰도 종종 이뤄졌다. 경찰은 물론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 전신) 등 여러 국가 기관에서 사찰이 이뤄졌다. 군사정권에서부터 이명박·박근혜정부 때까지도 정치인은 물론 민간인에 대해서도 사찰이 버젓이 자행됐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됐던 것은 국군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건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직무배제 사유 중 하나로 ‘재판부 사찰’ 부분을 명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지난 2월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해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은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직무 범위에 벗어나지 않았다”며 사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해당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보고서를 전달받은 직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 크게 화를 내며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남의 뒷조사를 하는 사찰은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고 치욕스럽다. 일선 판사들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검 감찰부가 25일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등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진 않았다. 만약 사찰을 의심받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드러난다면 시대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이 검찰 내부에 조직적으로 잔존한다는 방증으로 심각한 문제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아무리 막강한 검찰이라도 설마 재판부를 사찰했을까.

오종석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