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소송전 돌입, 교과서는 ‘KBS 정연주 해임 사건’

국민일보

추미애·윤석열 소송전 돌입, 교과서는 ‘KBS 정연주 해임 사건’

정 집행정지 ‘긴급성 없다’ 기각

입력 2020-11-27 00:02 수정 2020-11-27 00:02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향후 법정 공방에서 이명박정부 시절 부실 경영과 인사 전횡 등을 이유로 해임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을 교과서처럼 참고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2012년 정 전 사장 사건에서 “신분상 이익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면서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제출·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윤 총장으로서는 ‘리딩 케이스’(leading case·자주 언급되는 주요 판례)인 셈이고, 추 장관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법무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징계혐의자에게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검사징계법 조항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는 동시에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령했다. 이에 윤 총장은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26일 직무정지의 취소를 청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징계 수위가 정해지면 불복 소송도 제기할 전망이다.

먼저 집행정지 사건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는지,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집행정지 심리에서는 추 장관이 직무배제의 이유로 든 윤 총장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진 않는다.

앞서 정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임 결정 정지도 신청했으나 1·2심과 대법원 모두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다만 윤 총장은 정 전 사장 사건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징계 청구 단계에서 곧바로 직무가 정지돼 상대적으로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지위나 신분보장을 고려하면 징계 청구만으로 직무정지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본안소송에서는 ‘적법절차의 원칙’이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정 전 사장 사건에서 “신분상의 이익을 침해하는 처분인데도 처분의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그에 대한 의견 제출의 기회, 소명기회 등을 부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적법한 사전통지 등의 절차를 결여해 위법하다”고 일관되게 판시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이 정 전 사장을 감사하면서 답변서를 제출받았고, 그 내용 중 상당수는 해임을 요구하면서 문제 삼은 사항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임처분 과정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그 이전의 KBS 감사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해임처분에 대한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은 이 사건을 참조해 추 장관이 어긴 절차가 없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감찰에 불응했다며 문제 삼았지만, 윤 총장은 의견제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직무정지와 무관한 절차였다고 항변할 수 있다. 추 장관이 제기한 ‘재판부 사찰’ 등 6대 혐의에 대해서는 직무배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따지는 지난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사장은 2008년 8월 소송을 시작해 잇달아 승소했다. 하지만 3년반 후인 2012년 2월 최종 선고가 나면서 결국 KBS로 돌아가지 못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본안소송은 수년이 걸린다”며 “윤 총장은 우선 직무정지 효력을 멈추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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