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쏘아올린 ‘보유세 폭탄’에 ‘대대적 월세 전환’ 우려

국민일보

정부가 쏘아올린 ‘보유세 폭탄’에 ‘대대적 월세 전환’ 우려

[월세시대, 기로에 놓인 한국]
시장·전문가 “세부담·저금리에 보증부 월세 전환” 전망

입력 2020-11-30 00:03

정부는 최근 11·19 대책을 발표하면서 “아직은 전월세 전환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 소멸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서도 신규 임대차의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비율이 지난 9월과 10월 4.8%, 5.0% 수준으로 법 개정 이전 1년 전 평균(5.2%)보다 낮다는 점을 내세워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저금리 지속 등에 따라 앞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29일 “해마다 높아지는 보유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피하고자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보증금이 있는 월세) 형태로 대부분 돌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대차법 개정에 따른 전월세상한제(5%)와 저금리로 인해 전세를 통한 수익 창출 길이 사실상 막힌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인상 등으로 보유 부담이 높아진 집주인들이 대대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릴 것이라는 얘기다.

전세가 감소하고 월세가 증가하는 건 수도권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추세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서도 2014년 28.1%였던 수도권 전세 비율이 지난해 21.5%까지 떨어졌다. 반면 2014년 24.0%였던 월세(보증금 있는 월세와 보증금 없는 월세 합산) 비율은 지난해 24.9%로 소폭 증가했다. 전세가 감소했지만 그만큼 자가 비율도 45.9%(2014년)에서 50.0%(지난해)까지 증가했기 때문에 월세 비율 증가는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이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부 교수는 “향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지금보다 낮아지고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집주인)이 많아질 것”이라며 “임차인(세입자)으로서는 물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세금이 세입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종잣돈으로, 집주인에게는 투자의 기반이라는 점 때문에 전세 감소 폭이 제한됐지만 상황이 달라지면서 주택시장이 자가와 월세로 이원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교육 여건이 좋거나 직주근접 등으로 임차 수요가 높은 서울 강남 등 도심 지역 세입자들 역시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세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역시 높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서 임대료 부담 정도에 대해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한 전세 세입자는 지난해 16.9%였다. 하지만 보증금 있는 월세에서는 22.6%, 보증금 없는 월세에서는 전세 세입자의 배 가까운 32.4%가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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