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종부세 폭탄론이 불편한 이유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종부세 폭탄론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20-12-02 04:01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조세 형평에
맞고 시장 안정에도 필요

소수의 부동산 부자에 국한된
세금을 내세워 조세저항
거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유세 강화·실거주자 지원
확대 정책 흔들림 없어야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최근 집으로 날아들면서 납세 대상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들려 온다. 지난해보다 세액이 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누군들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겠나.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들었다면 더 씁쓸할 것이다. 하지만 종부세를 내지 않는 중저가 주택 소유자나 무주택자들에게 그들의 입장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주택분 종부세는 고가 주택 소유자에게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되는 국세다. 1세대 1주택자는 그해 6월 1일 기준으로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시세 14억원 정도)을 넘거나 다주택자라면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을 넘는 경우에 부과된다. 올해 부과 대상은 66만7000명으로 지난해(52만명)보다 14만7000명(28.3%) 늘었다. 그래도 전체 국민의 1.3% 정도이고, 가구수 비중으로는 3.25%에 불과하다.

소득이 늘어나면 세금이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도 가격이 오르면 세금이 많아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종부세는 집값 급등을 주도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다주택 투기세력을 차단해 주택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도입된 세제인 만큼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며 반발하는 흐름이 있지만 특수한 사례를 일반화해 종부세의 취지를 흔드는 주장이다. 세제 당국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종부세 평균 세액은 302만원으로 지난해(278만원)보다 24만원 늘어난 정도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억원, 십수억원 오른 주택이 부지기수인데 종부세가 그 정도 늘어난 걸 폭탄이라고 하는 건 엄살이다.

종부세는 보유 기간이 길고, 만 60세를 넘겨 연령이 높아질수록 세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올해는 최대 70%까지 공제되고 내년에는 공제율이 80%로 올라간다. 1주택 장기보유자라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폭탄이 아니라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부담해야 할 정당한 세금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누리려 하고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 아닌가.

종부세 세금폭탄론이 불편한 이유는 이 주장이 조세저항의 불쏘시개로 악용돼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인 보유세 강화 흐름을 흔들 위험성이 있어서다. 집값 고공행진과 전세난으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저금리 지속과 유동성 급증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정부 초기 임대사업자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고 세대 분할로 늘어날 전세 수요에 대비하지 못하는 등의 정책적 오류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 수정하거나 보완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하다.

정책이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누구의 입장에 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집은 필수재이지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없는 특수한 자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주거 약자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지만 보유세 강화란 큰 틀은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주택자나 주택 첫 구입자에게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넓혀 주는 것도 검토할 수 있겠다.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여론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보유세 강화가 정부의 세수 확대 수단이 되는 것을 뛰어넘어 국민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저소득층 임대료를 보조하는 정책인 주거 바우처나 주거급여를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등 주거 복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월세 비중 확대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월세 세액 공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 인상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보유세 강화와 실거주자에 대한 지원 확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말을 앞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나. 그런 사례가 쌓이면 정책의 신뢰를 흔들고 그 여파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논설위원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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