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신학자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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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신학자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나는 영생을 믿는다/위르겐 몰트만 지음/이신건 옮김/신앙과지성사

입력 2020-12-0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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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몰트만 박사(오른쪽)가 2012년 5월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강연하고 있다. 옆은 그의 제자이자 ‘나는 영생을 믿는다’ 번역자인 이신건 목사. 신앙과지성사 제공

‘희망의 신학자’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 위르겐 몰트만(94) 박사가 전 세계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영생’이었다. 몰트만 박사는 최근 스스로 “내 마지막 저서”로 명명한 책 ‘나는 영생을 믿는다’(신앙과지성사)를 펴냈다. 20세기 후반 현대신학계를 개척한 인물로 꼽히는 몰트만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사회에 팽배했던 ‘실존주의 신학’ 대신 ‘희망의 신학’을 주창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죽음과 영생, 부활을 깊게 성찰한 이 책을 펴낸 계기는 2016년 아내의 별세였다. 책은 자신처럼 가족 친지 등의 죽음을 맞은 이들에게 부활의 희망과 확신을 전하기 위해 썼다. 학술적 논문은 아니지만, 그간 주창해온 신학이론이 녹아있다. 그 역시 고령이기에 죽음을 신학적으로 고찰한 이번 작업이 각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몰트만 박사는 “보이는 이 세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죽은 자들이 존재해 있다고 믿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후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초대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개인의 부활이 아닌,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날 사건으로 인식했다. 다만 부활의 형태에 있어선 예수와 다를 거라고 봤다. 예수는 그의 무덤에서 육체로 부활했으나, 인간은 죽는 순간 영생으로 부활한다는 게 몰트만 박사의 견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생명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낱알이 땅에서 썩어야 꽃이나 나무를 피워내듯이 우리의 신체 역시 죽음을 거쳐 썩지 않은 영생을 얻는다. 독일 나치정권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 역시 이런 영생의 소망을 품었다. 본회퍼 목사는 1945년 4월 9일 플로센부르크 강제수용소에서 처형당하기 직전 동료 수감자에게 “이것이 마지막이지만, 내게는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우리가 ‘영혼의 어두운 밤’이나 육신의 고통 속에 있을 때, 그리스도는 우리 곁에 계신다. 그리스도는 겟세마네와 골고다 사이에서 하나님에게 버림받는 저주의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며 “그리스도의 지옥행 이래 모든 희망이 사라진 곳에도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홀로코스트, 핵전쟁, 기후위기 등 제2차 세계대전부터 지금껏 불거진 인류의 악을 열거한 뒤 “하나님의 아들은 모든 버림받은 사람들과 연대한다”며 장차 도래할 하나님 나라의 부활을 고대한다.

“인생은 온통 허무할 뿐이고, 죽음 후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오직 허무가 아닌가. 그러나 몰트만은 외친다. ‘아니다!… 우리는 죽어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해도, 희망만은 포기하지 말자!’”

몰트만 박사의 제자로 이 책을 번역한 이신건 목사의 헌사다. 코로나19 시대에 죽음과 절망으로 쓰러진 인류에게 보내는 노신학자의 마지막 당부같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