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치유하는 ‘2700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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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치유하는 ‘2700원의 행복’

‘The way with you’ 도림교회 주민과 동행 ‘94년’

입력 2020-12-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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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 교인과 주민들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이던 지난달 비전센터 카페 ‘더웨이위드유’에서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도림교회 제공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이던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정명철 목사) 비전센터 1층 카페 ‘더웨이위드유(The way with you)’에서는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주민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군데군데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교회 비전센터는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총면적 2만5123㎡(약 7600평)의 대형 시설이다. 비전센터 3~4층에 걸쳐 있는 벧엘성전은 3000석 규모다.

이곳은 교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설계 단계부터 1층은 교회와 사회가 만나는 공간으로 꾸몄다. 왕복 4차선 도로변을 향해 문을 낸 비전센터는 주민들에게 주민센터만큼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카페뿐 아니라 콘서트홀과 갤러리, 도서관 등 다른 시설의 문도 언제나 열려 있다. 스크린골프와 당구, 탁구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라운지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전센터 전경. 도림교회 제공

비전센터 전체 콘셉트는 ‘길’이다. 요한복음 14장 6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는 말씀을 설계에 녹였다.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들어왔다 교회를 구경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비전센터를 개방한 뒤에는 항상 시끌벅적하다. 오후에는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까지 도서관을 찾는다. 모든 세대를 위한 놀이터가 된 셈이다.

유치부실에는 노란색 포르쉐 스포츠카도 있다. 어머니를 따라서 온 아이들은 평소 만져보기도 힘든 고급 스포츠카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흉내를 내면서 논다. 교회는 중고차를 구입해 직접 끌고 와 유치부실에 전시했다.

교회는 1926년 설립해 올해로 94주년이 됐다. 오랜 전통 위에 선 교회는 젊은 감각으로 무장하고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2007년 부임한 정명철 목사는 교회의 5대 목사로 소통 목회의 중심에 서 있다.

정명철 도림교회 목사가 지난달 11일 교회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목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 목사는 “도림교회는 성숙한 교인들의 신앙 공동체로 오랜 세월 사회봉사를 잘하는 교회로 유명했다”면서 “설립 100주년을 앞둔 교회는 전통 위에 서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로 거듭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목사 부임 이후 꾸준히 교세가 늘어 재적 교인 1만7000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정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모이는 예배를 제대로 못 드리는데도 매주 새신자가 교회를 찾아 등록하고 있다”면서 “지역사회를 향해 교회 문을 활짝 연 게 이유 같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주민이 스스로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전도의 첩경이라고 말한다. 평소에도 그는 교회밖 식당에서 큰 소리로 대표기도를 하지 않는다. 교회 부목사들에게도 심방 중 식당이나 카페에서 큰 소리로 기도하지 않도록 당부한다. 이 또한 배려 차원이다.

정 목사는 “믿는 사람은 쉬지 않고 기도해야 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서는 고민해야 한다”면서 “불신자들이 보기에는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게 굉장히 불편한 일인데 굳이 그렇게 기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모든 교인이 식당 등에서 경건하게 기도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그 모습이 훨씬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자연스럽게 전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관 옥상에 마련한 풋살장,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요리 체험을 하는 모습, 교회 탁구장에서 주민과 교인이 함께 운동하는 모습(위부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새해 목회 계획을 세우면서 정 목사는 흩어지는 교회를 지향하기로 했다. 정 목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많은 교인이 모이는 대형 행사가 많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면서 “감염병 가운데 살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만은 없다.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성도들이 삶의 자리에서 교우들과 더욱 친밀하게 교제하고 성령과 동행하는 삶을 산다면 그게 바로 작은 교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소그룹을 이끄는 구역장 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상처의 치유와 회복’을 새해 목회 주제로 삼을 예정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인과 주민들에게 생긴 상처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듬겠다는 의미다. 그는 교인들에게 “2700원만 준비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2700원은 비전센터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돈이다. 이웃을 교회로 초청해 대접하라는 뜻이다.

정 목사는 “코로나19로 어렵지만, 함께 위로하고 상처를 싸맨다면 고난도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다”면서 “따뜻한 차 한잔이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대화 가운데 성령이 임재하셔서 모두의 아픔을 위로해 주실 걸 믿는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