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호랑이 등에 탄 추미애와 윤석열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호랑이 등에 탄 추미애와 윤석열

입력 2020-12-09 04:01

과감하게 몰아붙이는 추 장관 검찰개혁과 함께 친문 지지층 겨냥한 정치적 의도도 내포
정권과 전면전에 나선 윤 총장 무소불위 검찰 조직 지켜내고 퇴임 후 정치 참여 야심도
검찰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검찰 조직은 와해 직전 내몰려 국민은 짜증나고 피로감 느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생결단식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 피로감이 커지고 검찰 조직이 무너질 지경이어도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이들의 치킨게임 기저에는 사명감이 있다. 추 장관은 검찰 개혁, 윤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킨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둘 다 ‘정권의 최후 보루’, ‘검찰 조직의 맏형’을 자처하면서 내심 정치적 야망도 갖고 있다.

검찰 개혁을 향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몰아붙이는 추 장관은 거친 발언과 과감한 행보 등 특유의 강성 스타일 정치로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로 끝을 보겠다는 심산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조치에 여권 내에서도 일부 우려할 정도의 초강수다. 오래전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소신과 사명감이 있던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 많은 비난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모든 것을 내던지듯 앞만 보고 싸우는 이유다.

다른 한편으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수락하면서부터 이미 서울시장, 대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난제로 꼽히는 검찰 개혁을 자기 손으로 완성해 향후 정치적 업적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권 핵심인 친문 지지층으로서는 현 정권에 눈엣가시인 윤 총장을 제압하는 악역을 맡은 추 장관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특히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전력이 있는 추 장관으로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추 장관이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양양 낙산사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전을 찾았던 사실을 알리며, “대한민국 검찰을 돌려놓을 것이다.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글을 남긴 것도 친문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일 오후 5시13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현관에 모습을 드러낸 윤 총장은 개선장군 같았다.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내려진 뒤 불과 40여분 만에 언론에 출근 사실을 통보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복귀했다. 그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추 장관은 물론 현 정권의 압력에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검찰 공무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여러분의 정의로운 열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촛불에 의해 탄생한 현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법 처리 등 적폐청산의 1등 공신인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임명, 윤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런데 윤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면서부터 현 정권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애초부터 칼날을 어느 쪽으로 내밀지 장담할 수 없었다. 윤 총장은 직무 복귀 후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 지휘와 대검찰청 감찰부에 대한 진상조사,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는 10일 징계위 개최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징계위 이후 장기적인 소송전까지 전면전에 나설 태세다.

철저하게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의 전면전 배경에는 검찰 총수로서의 자존감과 함께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아울러 검찰총장을 떠난 뒤 입지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 사실상 퇴임 후 정치 참여를 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데도 전혀 변명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정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주문하지만 들은 척도 안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높은 지지율이 나오자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추·윤 두 사람의 처지는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가 됐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듯한 기세로, 도중에 그만둘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두 사람의 성향과 의중을 감안할 때 정면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짜증 나고 피로감을 느낀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검찰 조직은 와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둘 다 호랑이 등에서 끌어내려야 하지 않을까.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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