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 원망·좌절할 시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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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 원망·좌절할 시간 없어요”

국내 유일 소아 조로증 원기군 홍성원 목사 부자의 희망가

입력 2020-12-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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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원 목사(왼쪽)와 아들 원기군이 지난 3일 서울 동부이촌동 아파트에서 유튜브 ‘욘니와치애’ 채널 촬영을 마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밝게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소년은 장난감 완구 ‘가면라이더’가 좋았다. 머리카락은 없고 팔다리는 가냘픈 자신과 달리 악당에 맞서 싸우는 가면라이더는 늘 든든했다. 외모로 놀림당하던 소년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목소리로만 유튜브로 장난감 리뷰를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는 아들의 손을 이끌고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켜고 녹화를 시작했다. 상황극을 만든 아빠는 악당이 돼 주차장을 뛰어다녔고 아들은 가면라이더로 변신해 지구를 지켰다.

“영상 속 네 모습을 봐.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럽니. 너는 특별한 아이야. 얼굴 공개하고 자신 있게 해보자.” 아빠의 말에 용기를 낸 아들은 자신이 가진 특별함으로 사람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인기 유튜버가 됐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3일 홍성원(44) 목사와 원기(15·밀알두레학교)군 부자를 만났다. 이곳은 홍 목사의 대학 동기이자 유튜브 ‘욘니와치애’ 채널 제작자인 우충만 목사의 집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 사람은 욘니와치애 채널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먹방’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메뉴는 새우튀김과 돈가스 덮밥이었다. 우 목사가 촬영 시작을 알리자 홍 목사와 원기는 감칠맛 나게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서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듯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원기는 국내 유일의 프로제리아 신드롬(소아조로증) 환자다. 소아조로증은 2500만명 중 1명이 걸리는 희소병으로 유전자 변이로 인해 어린 나이에 노인과 유사한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전 세계에 120명, 아시아에 6명의 환자가 있는데 평균 수명은 12세다.

원기는 다섯 살 되던 해 소아조로증 진단을 받았다. 올해 열다섯 살이 됐지만, 키 120㎝에 몸무게 17㎏의 가냘픈 체구를 가졌다. 하지만 그의 삶에선 포기 절망 좌절 원망 같은 말을 찾기 어렵다.

그는 “머리카락이 없어서 억울한 적은 있었지만, 한 번도 하나님을 원망해본 적은 없다”면서 “시간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병 때문에 원망하고 좌절하기보단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내겐 더없이 소중하다”고 고백했다.

홍 목사는 2018년 10월부터 아시아프로제리아NGO를 설립하고 소아조로증 아이들을 한국에 초청해 치료하며 연대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그는 “원기가 떠날까 두려울 때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제작자 우충만 목사(오른쪽)와 홍 목사, 원기군이 촬영된 영상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12만 구독자가 있는 욘니와치애 채널에는 따뜻한 가족애가 넘친다. 욘니와치애는 원기와 동생 수혜(13)양의 어릴적 애칭이다. 원기는 가족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운동도 한다. 복음의 메시지를 영상에 직접 드러내진 않지만, 기독교인의 삶과 가정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댓글에는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가족’ ‘원기네 가족을 보면 세상이 밝아 보인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우 목사는 부목사로 사역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콘텐츠 제작과 편집을 돕고 있다. 유튜브 잇톡(ITalk) 채널을 통해 복음을 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욘니와치애 채널에 열정을 쏟고 있다. 원기와 홍 목사를 위해 작은방을 유튜브 스튜디오로 개조할 만큼 애정이 넘친다.

우 목사는 “재능도 많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원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원기가 희망의 메신저로 귀하게 쓰임받길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원기는 올해 들어 부쩍 쇠약해졌다. 건강 유지를 위해 해오던 수영을 코로나19 이후 하지 못해 관절은 뻣뻣해지고 근육량도 감소했다. 홍 목사는 “원기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기적이다. 건강하게 우리 옆에 더 오래 있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원기의 버킷리스트는 유튜브 구독자 100만을 달성하는 것, 배우 김다미를 만나는 것, 영국에서 축구선수 손흥민의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는 것이다.

“제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합니다. 하루하루 인기 유튜버로 즐겁게 살다 보면 저도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겠죠. 여러분도 모든 순간, 삶의 매시간을 사랑하세요.”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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