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악화 속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 마음을 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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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악화 속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 마음을 돌보다

[코로나행전] <7> 영등포산업선교회

입력 2020-12-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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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경 쉼힐링센터 소장이 최근 서울 영등포산업선교회 2층 사랑방에서 가림막 너머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억눌린 이들에게 자유를”(눅 4:18)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의 시험을 마치고 돌아와 안식일 회당 안에서 성경을 읽으며 전한 말씀이 영등포산업선교회 앞마당 비석에 새겨져 있다. 1958년 설립돼 독재정권의 폭압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의 손을 놓지 않았던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여전히 분투 중이다. 경제적 위기로 삶이 무너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일을 묵묵히 진행하고 있다.

“과거엔 열악한 상황의 노동자 교육과 노조 조직 및 ‘8시간 근로 쟁취’ 같은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돌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해고와 무급휴직,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는 분들을 상담합니다. 600여명에게 한꺼번에 정리해고 통보가 전달된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업체 노동자들과 말씀을 나누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직접 피해를 당한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심리 회복 과정에도 함께합니다.”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선교부장이 13일 전한 치유 상담 사업의 일부다. 선교회 내 전문 상담기관인 쉼힐링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는 홍 부장은 상담사 10여명과 함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을 만난다. 선교회 2층 사랑방에서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대면 상담을 해왔는데, 거리두기가 격상된 이후엔 줌 등을 활용해 비대면 상담을 한다. 홍 부장은 극단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우선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내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부에 고용기금 신청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해버리는 기업들을 마주하는 노동자들에겐 당혹감과 함께 분노가 밀려옵니다. 외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은데, 잠깐의 침묵이랄까 차분히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후 상담을 통해 나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구조적 제도적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길로 나아갑니다. 지친 노동자들에게 쉴 공간과 기댈 언덕이 되는 것은 이 시대 노동선교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상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동조합을 통해 어려운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 금융자조기관인 ‘다람쥐회’, 실직자들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 노느매기’, 도농 상생을 돕는 ‘서로살림 농도소비자생활협동조합’, 주거취약 노숙인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햇살보금자리’ 등이 있다. 선교회의 기관교회로 출발한 ‘성문밖교회’ 역시 소외된 이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손은정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강민석 선임기자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는 “지난 62년간 가난한 노동자, 노숙인들과 함께 서로 어깨를 맞대며, 눌리고 찌그러진 냄비를 펴듯 삶의 환경과 노동의 조건을 바꿔왔다”며 “동시에 자신의 모난 부분을 고치고 하나님의 온전한 자녀가 되도록 도우며 일해 왔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영등포노회 및 뜻있는 교회와 기관의 도움으로 재정 위기 없이 사역을 이어오고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로 조합원의 금융 연체가 늘어 걱정하던 다람쥐회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장터를 열어 수백만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했고, 사회적 협동조합 노느매기 역시 비누 생산으로 지난달 평소 2배의 실적을 냈다”면서 “소소한 수치일 수 있지만, 재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서로 돕기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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