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북전단금지법이 조약 위반인가

국민일보

[기고] 대북전단금지법이 조약 위반인가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전 주모로코대사)

입력 2020-12-15 04:02

이름도 낯선 국제인권조약이 요즈음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0월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국제인권법 위반 근거로 삼은 바로 그 조약이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직원 총격 사살이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것으로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북한이 가입한 이 조약의 생명권 의무 사항을 위반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조약을 한국 정부가 위반한다는 일부 국제인권단체와 외국 인사 등의 비판이 잇따라 들린다. 13~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안건으로 삼아 반대 토론에 나섰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 조약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이 조약의 ‘표현의 자유권’ 위반이라고 한다.

개정안은 대북전단 살포 등을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통칭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다. 이 개정안이 한국이 가입한 조약에 위반된다니 어찌된 일인가. 우리 헌법은 조약에 대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국내법을 갖는 결과가 되는 것인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표현의 자유권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면서 그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로써 해야 하고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의 존중,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기본적으로 조약 규정과 동일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조약이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의 존중’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 추가적인 경우도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개정안의 조약 위반 여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의 존중,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지에 달려 있다. 이는 사실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 그리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가장 적합한 판단 주체는 접경지역 주민과 정부가 될 것이다. 전단 살포 행위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 그리고 이들의 대북전단 금지 청원 등에 관한 노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개정안이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라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전 주모로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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