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 19세 넘어야 살 수 있는데… 16세에 혼자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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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도 19세 넘어야 살 수 있는데… 16세에 혼자 낙태?

태아는 사람 낙태는 살인이다 <14> 한국형 심장박동법 ③

입력 2020-12-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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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취현 변호사(오른쪽 세 번째)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개최된 ‘낙태법 개정, 제대로 가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모자보건법에서 정하는 낙태 관련 규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성년자의 낙태 절차다. 정부안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이면 상담기관의 상담만으로 부모 동의 없이 혼자서도 낙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부모의 친권이 미치지 못하거나, 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부모의 경우 동의절차 때문에 미성년자가 조기에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만 16세 이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거부하고 상담사실 확인서만 제출해도 혼자서 낙태할 수 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폭행·협박 등 학대받은 사실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도 혼자서 낙태할 수 있다.

만 16세가 되면 혼자 낙태할 수 있다?

정부안은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이다. 특히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를 명시해 놨는데, 과연 자발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으려는 미성년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낙태 후 육체·정신적 후유증은 매우 크다. 이 조항이 미성년 여성 혼자서 낙태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선언한 것이라는 걸 정부가 알고나 있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국가가 앞장서 미성년 여성의 성에 대한 보호를 완전히 포기 내지 방임하는 안을 내놓은 셈이다.

한국형 심장박동법으로 소개되고 있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부모가 아니라면 아동보호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절차를 두도록 했다. 어떤 형태로든 미성년 여성의 결정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은 법률상 미성년 보호에 대한 우리 법 제도의 불균형성이다. 한국은 민법상 만 18세 이상이면 혼인과 약혼을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미성년의 지위를 가지므로 혼인 또는 약혼 시 부모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부모 중 일방이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일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부모가 모두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 제한은 만 19세다. 반면 한 생명의 박탈에 해당하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하고 일생 여성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낙태에 대해선 술·담배 구매보다도 더 쉽게 보고 있다. 이런 불균형성을 지적하는 것이 정말 이상한 것일까.

의사가 낙태 시술 거부도 못 한다고?

정부안에 따르면 의사는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낙태를 거부한 의사는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 정보를 안내해야 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욱 강경하다. 권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개정안은 임신부가 인공임신중단을 결정한 경우 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신부의 요청에 따라 인공임신중단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의 소신에 따른 낙태 거부를 배제하는 것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헌법소원 청구인은 낙태 시술을 했던 의사였다. 그는 낙태를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직업의 자유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을 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의사의 양심의 자유도 소중하다. 그런데 여당과 페미니스트들은 이상한 법안을 만들어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

한국은 의료 접근권이 매우 높다. 낙태가 불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낙태 시술자의 98%가 전문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그 많은 산부인과 중 소수에 불과한 낙태 시술 거부 의사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생명을 짓밟는 권리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배 속의 생명을 죽이려는 시도 앞에 낙태의료기관에 대한 접근권이 그렇게 중대한 것일까.

조 의원 안에선 낙태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을 사전에 지정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는 ‘낙태 시술 병원을 괴롭히고 그 병원을 찾는 여성을 낙인찍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낙태 시술을 시행하는 병원을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국회는 생명보호 입법 책임이 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낙태 관련 공청회에서 낙태의 제한이 완전히 폐지돼 ‘낙태 낙원’처럼 소개된 캐나다의 단면을 보여주는 판례가 소개됐다.

한 낙태반대 운동가는 낙태 시술 병원 앞에서 병원을 찾는 여성에게 21일이 되면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태아의 발달 과정을 말해줬다. 그리고 “이곳에 가면 당신의 아이가 죽게 될 것”이라고 설득하다가 기소됐다. 이 운동가의 이름은 공개됐지만 낙태 시술병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병원 측의 요청에 따른 법원 결정으로 보도에서 병원 이름이 삭제됐다.

국회 낙태 관련 공청회에서 한 여당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 자리는 생명이나 건강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고 낙태죄라는 죄명을 가진 법을 심사하는 것이다.”

법의 기능은 도덕의 최소한을 정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당 의원의 주장은 모든 법에서 도덕을 빼버리자는 말과 같다. 생명 운운하면 외면하기 부담스러우니 낙태죄에서만 가치관이나 도덕 논쟁을 빼버리자는 것이다.

태아는 생명이다. 이것은 헌법재판소도 절대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국회도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을 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연취현 변호사 (행동하는프로라이프 법률정책위원)

[태아는 사람 낙태는 살인이다]
▶⑫6주 이내 허용… 태아 생명·여성 건강 고려한 현실적 대안
▶⑬유엔 회원국 3분의 2가 금지한 낙태… 정부는 왜 허용에 앞장서나
▶⑮자기결정권보다 ‘생명권’ 우위에 놓고 낙태죄 검토해야
▶⑯헌재 판단은… 낙태죄 유지 전제로 낙태문제 봐야한다는 것
▶⑰약한 존재 태아… 강한 자들 이해관계에 희생돼선 안돼
▶⑱입법시한 넘겼지만… “낙태죄 완전 폐지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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