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공수처에 대한 기대와 우려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공수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입력 2020-12-30 04:01

야당 반발하고 있지만 처장후보
추천돼 1월 출범할 듯

권력형 비리 엄정히 수사하고
공정한 법 집행에 기여하길

독립성·중립성 철저히 보장해
정권 호위기구될 것이란 우려
불식시켜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8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통령에게 후보로 추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2명 가운데 1명을 최종 후보자로 지명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처장이 임명되면 차장과 공수처 검사 등 후속 인사로 진용을 갖추고 닻을 올리게 된다.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 달 중에는 출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공수처 설치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공수처설치법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이란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통과됐고 시행일이 지난 7월 15일로 이미 한참 지났다. 지난해 연말 공수처법 통과 이후 과정은 여야 합의 하에 공수처가 출범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의 첫 단계인 처장 추천 절차에서부터 협조하지 않았다. 법 시행일이 지나서도 후보 추천을 계속 미루다가 막판에 몰리자 대한변협회장,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다른 추천위원들이 모두 찬성한 후보들에게도 모조리 비토권을 행사했다. 출범을 저지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1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출범하는 것은 아쉽지만 공수처 설치는 필요하고 국민 다수가 지지했던 사안이다. 공수처는 여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한 수사기구다.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와 입법부, 기타 헌법기관 전현직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고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는 기소까지 할 수 있다. 공수처 설치로 검찰이 독점하다시피해 온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 및 기소 권한이 분산돼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셀프 수사’로 제식구를 감싸기 일쑤였던 검찰의 내부 비리를 단죄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공정한 법 집행을 해치는 판검사의 전관예우 근절에도 공수처가 성과를 내길 바란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부패 근절,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한 공정한 법 집행에 기여하려면 공수처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공수처가 여권 핵심부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는 호위 기구가 될 것이라는 야권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야당의 주장은 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수사의 우선권을 부여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면 응하도록 한 것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가 제약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할 경우 고소·고발인이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했고, 수사인력이 월등히 많은 검찰이 공수처 검사의 비리를 수사해 기소할 수 있어 공수처가 여권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을 뭉개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수사 우선권이 악용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공수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사건 등에 수사 의지를 보이는 ‘윤석열 검찰’에 대한 여권의 과잉 대응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

공수처가 명분이 있으려면 여권이든 야권이든 가리지 않고 권력형 비리에 대해 공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더 엄정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윤 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이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데 그럴수록 공수처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윤 총장 징계가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이 곧바로 검찰개혁특위를 발족시키고 수사·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검찰 개혁 시즌2’를 외치고 있는 것도 마뜩잖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등 검찰 개혁 조치들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시즌2를 들고 나오는 건 감정적 대응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과유불급으로,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도 검찰 개혁에 중요한 진전이다. 지금은 1차 개혁의 성과들이 현장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행정력과 정치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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