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도 이벽이 저술했다는 ‘성교요지’ 미 선교사의 ‘쌍천자문’ 그대로 옮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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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도 이벽이 저술했다는 ‘성교요지’ 미 선교사의 ‘쌍천자문’ 그대로 옮긴 것”

황재범 계명대 교수 연구 논문 발표 “교리서 아닌 외국인용 중국어 교재”

입력 2020-12-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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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의 시조인 이벽(1754~1785)의 저술로 소개된 ‘성교요지(聖敎要旨)’가 실은 미국 북장로교의 중국 선교사 윌리엄 마틴(1827~1916)의 책 ‘분석적 중국어 독본’(The Analytical Reader)의 1897년 수정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논문(사진)이 발표됐다.

마틴 선교사의 책은 일명 ‘쌍천자문(雙千字文)’으로 불린다. 영어 사용자의 중국어 학습을 위해 2016개의 한자를 한 번씩만 사용해 만든 사언절구로 기독교를 암시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 천주교에서는 이를 이벽의 저술로 알고 성교요지 강해 강좌를 여는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황재범 계명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한신대 신학사상연구소가 발간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신학사상’ 190호에 ‘성교요지의 원본, 마틴 선교사의 쌍천자문 연구’란 논문을 수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장로회신학대 동서그리스도교문헌연구소가 발표한 성교요지 위작 규명 논문을 진전시켜 쌍천자문의 판본, 저술 목적, 구조 등을 더욱 세밀히 분석한 내용이다.

황 교수는 “미국에서 마틴 선교사의 쌍천자문 1863년 초판과 1897년 수정판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성교요지는 수정판의 본문 및 번역 부분에서 주석을 제외한 본문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성교요지 한글 언해본에 적힌 ‘임신년’ 기록으로 보아 이는 1932년쯤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누군가 판매 목적으로 마틴의 쌍천자문을 제목은 성교요지로, 저자는 이벽으로 조작하고 우리말로 번역해 유통까지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천자문은 중국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2000자 남짓의 한자를 엄선해 마틴 선교사가 중국인 한학자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것이다. 천지현황(天地玄黃·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이 한자 학습의 첫걸음인 것처럼, 개신교인이 중국어를 배울 때 한자를 쉽게 학습하도록 돕는다.

제1장을 보면 ‘수역화토(遂亦和土) 장위영의(將爲靈矣) 명처사기(命處賜基) 천백개여(千百皆與)’라는 대목이 나온다. 번역은 ‘그리고 또한 흙을 빚어서, 영적 존재를 만들고자 하셨네. 그의 처소를 하사하신 터에 두도록 명하셨고, 수만 가지 모두를 다 주셨도다’로 나와있다.

황 교수는 “얼핏 보면 창조론을 언급한 것처럼 보이나, 제7일의 안식일 이야기는 아예 없다”면서 “아브라함과 모세 다윗 등으로 이어지는 구속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하나님 예수님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등 교리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교리서가 아닌 외국인용 중국어 교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천주교에서도 윤민구 신부가 2002년부터 이벽의 저술이 아님을 지적하며 심지어 ‘천주교 신자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면서 “정확한 문헌 연구로 신앙의 성숙을 이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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