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매일 전화한 선생님

국민일보

[뉴스룸에서] 매일 전화한 선생님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입력 2021-01-04 04:03

서울의 한 여고 3학년 담임인 A교사는 지난해 11~12월 매일 아침 일과를 전화 통화로 시작했다. 수능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고3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때였다. 오전 8시30분까지 온라인 접속을 하지 못한 학생이 절반에 달했고 A교사는 일일이 전화해 잠을 깨웠다. 전화에 답이 없으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능을 앞둔 때인 만큼 통화가 연결된 학부모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사실상의 ‘상담’이 되곤 했다. 쉽지 않았지만 A교사의 ‘모닝콜’은 계속됐다. 매일 ‘출결’을 챙겨야 하는 원칙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수능을 앞둔 아이들의 생활패턴이 망가지지 않게 챙겨주려는 담임교사의 마음이 더 컸다.

이 선생님뿐이었을까. 지난해 4월 초유의 온라인 개학 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친 뒤 2학기 즈음부터는 나름 안정된 쌍방향 수업과 소통을 한 학교와 교사들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엄마는 “처음에 자리 잡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초2 아이들을 데리고 줌(zoom)으로 실시간 모둠활동까지 한다”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 시간을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선생님이 대단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사례가 모두의 경험과 일치하진 않는다. 온라인 맘카페에선 교육부가 쌍방향 수업을 강조한 2학기에도 부족한 실시간 수업이나 아이들 관리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고, 공감을 얻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줌 수업 횟수가 적다’는 불만은 대부분 아이가 멍하니 컴퓨터를 보고만 있는 상황, 그래서 모르는 것도 잘한 것도 확인받지 못하는 상황, 누구와도 정서적 교류를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돼 있다. 아이에 대한 교사의 관심과 적절한 반응, 지도를 원하는 것이다. 교사가 실시간 화상수업을 하느냐 마느냐는 어쩌면 본질이 아닐 수 있다.

해외연수차 지난해 상반기를 ‘셧다운’된 미국에서 지내면서 지켜본 현지 학교의 원격수업도 한 예가 될 것 같다. 갑자기 닥친 원격수업은 그곳에서도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의 EBS처럼 공공재도 없었으니 교사들이 매주 월요일 회의하며 그 주의 커리큘럼을 짰다. 학교와 지역마다 프라이버시 등을 둘러싼 입장이 달라 줌 수업도 천차만별이었다. 딱 하나 좋았던 건 교사와 학부모가 필요할 때마다 이메일을 통해 아이가 겪는 어려움 또는 필요한 교육 등을 공유했다는 것,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과제에 선생님이 직접 다는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주고받는 댓글과 메일에는 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와 만나고픈 ‘마음’을 담았다. 한 학기 내내 한 번도 학교를 가지 못했음에도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보경씨도 현장에서 겪은 코로나 시대 수업의 경험을 적은 책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에서 지난해 시행착오 끝에 쌍방향 수업에서 실제 중요한 것은 ‘피드백’임을 확인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것도 결국은 ‘연결’이었다”고 적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연결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학교의 본질’이라는 점을 원격수업 시대에 깨닫고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 위기를 기회 삼아 미래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대 ‘집에 갇힌’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연결해내는 역할은 공교육인 학교만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위기를 공교육이 다시 서는 기회로 만들어 내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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