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결혼 갈망했던 그가 ‘고백록’을 쓰기까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돈·결혼 갈망했던 그가 ‘고백록’을 쓰기까지…

아우구스티누스와 함께 떠나는 여행/제임스 스미스 지음/박세혁 옮김/비아토르

입력 2021-01-08 03:0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4세기의 성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을 들여다보면 21세기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현대인의 초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미술관에 소장된 케힌디 와일리의 작품 ‘파도바의 안토니우스’. 비아토르 제공

출세를 위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향하는 일은 고대 사회에서도 빈번했다. ‘고백록’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354~430)도 그중 한 명이다.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난 그는 성공가도에 오르기 위해 대도시인 카르타고와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 진출한다. 밀라노는 당시 황제가 있던 곳으로 “돈과 권력이 집결된 대도시”였다.

“영광과 돈, 결혼을 갈망하던” 그가 황실의 수사학 교수로서 황제를 찬양하는 연설을 한 성공의 그 날,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사 전 긴장 때문에 복통을 호소하며 밀라노 거리를 서성이다 술에 취한 거지가 헤벌쭉 웃는 모습을 본 게 계기였다. 실패자인 거지는 대낮부터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정작 성공한 자신은 긴장과 불안으로 몸부림치는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출세를 위해 밀라노를 찾은 아우구스티누스는 결국 황제가 아닌 암브로시우스 주교에 감화돼 기독교 신앙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일대기 속에서 현대인의 초상을 발견해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이 책의 저자는 제임스 스미스 미국 칼빈신학교 교수다. 전작 ‘습관이 영성이다’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그는 이번 책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족적을 따라 인생의 좌절과 실패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과 기독교 신앙이 삶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 인생 여정의 생생한 묘사를 위해 3주간 이탈리아를 탐방했다. 자유와 야심, 섹스와 정의, 죽음과 어머니 등 11가지 주제로 펼쳐지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4세기의 아우구스티누스와 21세기의 우리가 본질상 같은 욕망을 지닌 동시대 인물이란 사실이 점차 납득된다.

이는 저자가 미국 시애틀미술관에 소장된 다소 낯선 그림을 소개하며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내외의 초상화를 그린 흑인 화가 케힌디 와일리가 2013년에 그린 ‘파도바의 안토니우스’다.(사진) 와일리는 고전적 초상화 구도에 현대 흑인 모델을 세우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에서도 화려한 장신구와 원색의 바지, 군복 모양의 외투를 입은 흑인 청년이 주인공이다. 배경 역시 형광의 자홍색과 파란색 꽃으로 가득 차 있어 고전 화풍과는 거리가 먼 현대 작품이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그림은 1600년대 이탈리아와 에스파냐 그림과 나란히 전시돼 있다.

단순히 “의상은 ‘브루클린’이지만 자세와 표정은 ‘르네상스’”로 표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우구스티누스회 수도원 수련자를 지낸 성 안토니우스는 설교자와 웅변가로 유명했다. 서양에선 잃어버린 것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 통념에서 화가의 의도를 읽어낸다.

“말씀 공부에 전념하며 (하나님을) 잃어버린 자를 찾았던 사람”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 소유인지 아는 확신을 동반한” 안토니우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즉 자기 정체성을 찾아낸 인물의 모델로 안토니우스를 내세운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안토니우스처럼 성경 말씀 안에서 정체성을 발견한 인물로 수많은 서양 사상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 ‘악의 평범함’을 주장한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렌트는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박사 논문으로 썼다. 저자는 아렌트의 논문을 계기로 아우구스티누스가 교리가 아닌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나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중세 신학자로 소개받았다.… 나중에야 이런 틀이 얼마나 억지 해석인지를 깨달았다.”

저자는 성욕과 출세욕에서 끝까지 자유롭지 못했고 회심 전엔 마니교에 빠지기도 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일생에 영화와 드라마 줄거리, 유행가 가사를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뒷부분엔 책을 읽으며 배경음악으로 들을만한 곡도 실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내는 저자 덕에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