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에 노숙인들 거리로 내몰릴 판… 26년간 73번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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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에 노숙인들 거리로 내몰릴 판… 26년간 73번 쫓겨나”

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 최성원 목사의 호소

입력 2021-01-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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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 직원과 후원자들이 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신용산역 앞에서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 제공

“거리의 노숙인들에겐 겨울철이 가장 힘든 고통의 시간입니다. 추위가 없는 계절에는 공원이든 거리 어디에서든 지내며 나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겨울에는 매 순간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혹한이네요. 폭설까지 내린 칼바람 속에 누워 자고 있습니다. 그동안 간간이 이어오던 후원이 코로나19로 거의 끊긴 상황입니다.”


㈔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wewith.or.kr) 대표 최성원(사진) 목사가 11일 노숙인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최 목사는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26년째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 및 생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센터를 통해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이 400여명”이라며 “오토바이를 사서 택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파트 경비를 하는 등 잘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서울역 광장의 노숙인들을 보고 ‘내가 할 일은 바로 이것’이라는 소명을 갖고 노숙인 무료 급식 사역을 시작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이곳 구성원은 현재 10명이다. 노숙인을 비롯해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인데, 현재 쫓겨날 위기에 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노숙인의 실수로 전기코드에서 불이 발생해 부엌 기둥 1.5m 정도 그을리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일로 건물 주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라고 합니다. 난감한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님께 기도드릴 뿐입니다.”

최 목사는 기초생활 수급비, 후원금 등으로 센터를 유지하고 있다. 월남 참전 용사 국가유공자 수당도 보탠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들이 팔다 남은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에 신고해 관리 감독을 받지만, 별도 보조금이나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세상을 많이 바꿔 놨다. 거리의 노숙인들이 더 타격을 입은 것 같다.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며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정이나 회사, 사무실, 기업체에서 쓰고 남는 각종 물건(전자제품, 생활필수품, 작업복, 팔고 남은 재고품 등)을 모아 연락해주시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무료 급식에 필요한 식자재, 쌀이나 라면, 국수 등을 주시면 더욱 감사하다”고 했다.

그의 노숙인 사역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숙인을 돕다 협박과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노숙인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73차례 이사하는 등 어려움이 잇따랐다. 최 목사의 가족도 월세를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역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의 후원과 드러내지 않고 돕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70대 중반인 그는 “아직도 할 일이 있다”며 목욕탕과 세탁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노숙인 30명 정도가 생활하며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 마련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는 “제가 안 하면 누군가가 무료 급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역·용산역 무료 급식 사역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대체된다면 그분이 저를 대신해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사역이다. 저는 그 상황이 최대한 늦춰지길 바랄 뿐”이라고 사역의 고단함을 표현했다.

그는 노숙인 돌봄 사역을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라 믿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급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기쁘게 감당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활센터는 서울 용산구 후암로 35길 7 후암우체국 앞에 있다. 자활센터는 허름한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사무실과 관리자 숙소로 사용한다. 2층은 노숙인 숙소이고, 지하는 창고와 사역 보고를 위한 유튜브 방송실로 사용한다. 유튜브 방송에서는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 간증이 잇따른다.

자활센터의 목표는 노숙인들에게 의식주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1일 신용산역 5번 출구 지하 차도에서 겨울 점퍼 400벌을 나눠줬다. 또 지난해 12월 22~23일 서울역 광장 시계탑 앞에서 동지 팥죽 나눔 행사도 열었다.

최 목사를 걱정하는 지인들은 ‘왜 이런 힘든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태생부터 노숙인은 없다. 그들은 사고를 당해 잠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라며 “성경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기록돼 있다. 또 ‘이웃 사랑하는 것은 모든 지식보다 나은 것’이라 말씀한다”고 답한다.

최 목사는 이런 공로로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가 주는 ‘2020 한국최고 인물대상’(사회복지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겨울철에 동사하는 노숙인들이 많다. 제일 무섭고 힘든 시기이다. 한국교회와 성도, 독지가들은 이웃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숙인을 돕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문의 02-790-0096).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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