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대표의 윤석열 총장 정치권 소환, 우려스럽다

국민일보

[사설] 야당 대표의 윤석열 총장 정치권 소환, 우려스럽다

입력 2021-01-13 04:01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의도 정치권에 공개 소환됐다. 그것도 제1 야당 대표에 의한 것으로, 윤 총장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인’으로 본격 구설에 올랐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윤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결심할 것이니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별의 순간은 대권 도전을 의미한 것이다. 사실상 공개적으로 정치권 등장을 권유한 셈이다.

여권에서 (대선 후보를) 찾다가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내심 다른 뜻을 품고 있다. 현 정권과 심각한 갈등을 빚는 윤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여권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만큼 야권 대권 주자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 발언으로 윤 총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군에 합류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 현재 야권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하지만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향후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수사에 대한 신뢰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성원전 수사 등 정치적 성향 사건 수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정치적 색깔로 덮일 개연성이 높다. 상명하복이 뚜렷한 검찰 조직도 총장의 정치적 구설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윤 총장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정치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정치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히라고 지적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공직자로서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자고 권유했지만, 윤 총장은 무시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정치를 할 것처럼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야당 대표는 대놓고 오라고 손짓하는 작금의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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