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양극화 이어 깊어지는 소득 격차… “벼락거지 됐다” 시름

국민일보

자산 양극화 이어 깊어지는 소득 격차… “벼락거지 됐다” 시름

[스토리텔링 경제] ‘더블 불균형’의 시대

입력 2021-01-14 04:04

코로나19 불평등이 우려되고 있다. 감염병이 할퀴고 지나간 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미 소득 불균형은 불가피해지고 있다. 피해가 큰 곳(자영업·서비스업 등)과 덜한 곳(일반 업종), 수혜 업종(비대면 사업 등)이 명확히 갈려 종사자들 수입이 달라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자산 불균형이다. 현 정부는 소득 불균형 해소에 집중해왔다. 매달 버는 돈이 적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정부 돈을 더 얹어 격차를 줄여왔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소득 수준이 평평해지면, 이를 모아 취득하는 자산의 격차도 좁힐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자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면서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가 순식간에 벌어지고 있다. 이 격차가 커지기 시작하면 정부 돈으로 소득 수준을 맞춘다고 해도 양극화를 끝낼 수 없다. 소득은 줄고, 자산으로 더 가난해지는 ‘더블 불균형’ 시대가 오고 있다.

소득 격차 줄일 때 자산 격차 7년래 최고

13일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중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0.602다. 이는 2013년(0.605)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개념이며,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0.617을 기록했던 순자산 지니계수는 계속 하락하다 2017년(0.584)을 기점으로 상승하고 있다. 자산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순자산은 평균 11억2481만원, 하위 20%는 평균 675만원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부동산, 주식 가격은 이후 더 폭등했다. 최근 순자산 지니계수는 훨씬 치솟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소득 격차는 좁혀지는 모습이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가장 최근 수치인 2019년이 0.339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0.388) 이후 역대 최저치다. 소득 격차 해소는 정부 힘이 컸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는 저소득층 소득 보충에 집중했다. 정부 일자리를 만들었고, 최저임금을 올렸으며 각종 현금 지원을 늘렸다. 실제로 민간 시장에서 주는 소득의 격차(시장소득 지니계수)는 2019년 0.404로 2017년(0.406)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중간에서 정부가 돈을 더 얹어 주면서 실제 손에 쥐는 최종 소득의 격차가 줄었다. 사실상 나랏돈이 불균형 구멍을 메꿨다고 볼 수 있다.


소득은 경제 활동의 대가이며 자산은 이러한 소득을 모아 취득한 재산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소득 불균형이 잡히면 자연스레 자산 격차도 좁힐 수 있다. 정부가 소득 불균형에 노력을 기울였던 이유다.

그러나 통계 흐름을 보면 소득·자산 지니계수가 어긋나고 있다. 이 얘기는 소득을 차곡차곡 모아 자산을 축적하는 흐름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진입 장벽’이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 시점에 자산을 가진 사람은 갈수록 크게 이득을 보고, 없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것이다. 또 가격이 오르면서 원래 부동산, 주식 등 재산이 없었던 사람은 아예 자산 시장에 올라탈 수 없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가 소득 불균형 해소에 애를 썼지만, 그 사이 자산 시장 균형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코로나19 유동성까지 겹치며 훨씬 심각한 불균형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정부 돈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자산 격차

막막하게도 해결이 쉽지 않다. 정부가 애써 막은 소득 격차부터 코로나19 이후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 희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이 망하거나 직장에서 잘린 피해 계층, 직장이 유지돼 별 영향이 없었던 계층, 수혜 업종에 종사한 계층의 소득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격차를 줄이겠지만, 나랏돈 투입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자산 격차는 손을 대기도 힘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소득 격차는 정부 지원 등으로 다소 완화했지만,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며 “자산 격차는 정부 돈 투입, 분배 정책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고 곧바로 자산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자산 격차는 세금 등 재산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자산 시장 돈줄을 갑자기 조일 수도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경기 회복 전 이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거둬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산 격차 고통은 단기간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해법으로는 부유세, 이익공유제 등 자산가 부담 강화와 이를 통한 불평등 해소가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특정 계층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궁극적으로는 시장 안정, 구조 변화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자산 불균형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주식은 언제든 유동성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산 격차는 계층 이동이 가능한 구조가 돼야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신재희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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