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국가가 16억 배상하라”

국민일보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국가가 16억 배상하라”

법원, 옥고 피해자·가족 손 들어줘

입력 2021-01-14 04:06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후 황상만 형사(왼쪽)와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씨와 그 가족에게 국가가 위자료 1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부장판사 이성호)는 13일 최씨와 가족 등 3명이 국가와 약촌오거리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원을, 그의 어머니와 동생에게 총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당시 경찰관과 검사는 국가와 공동해 전체 배상금 가운데 20%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날 재판부는 “경찰은 영장 없이 최씨를 불법 구금·폭행해 자백을 받아냈다”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는 경찰에서 진범의 자백 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는데도 증거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 의견서만 믿었다”며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쯤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유모씨(당시 42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0년 만기출소했다. 그는 2016년 11월 재심 무죄를 받고서야 살인범의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경찰은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에 따라 김모씨를 긴급체포한 뒤 자백을 받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2006년 김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진범 김씨는 2017년 4월 강도살인 혐의로 뒤늦게 재판에 넘겨져 2018년 3월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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