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로 바꿔줘라”… 레몬법 1호 적용은 ‘벤츠 S클래스’

국민일보

“새 차로 바꿔줘라”… 레몬법 1호 적용은 ‘벤츠 S클래스’

신차 고장 반복 시 교환·환불 요구… 2년 만에 처음 실효성 의문 여전

입력 2021-01-14 04:03

신차의 고장 반복 시 제조사에 교환·환불을 요구하는 일명 ‘레몬법’의 적용 사례가 시행 2년 만에 처음 나왔다. 이번을 계기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레몬법의 정상 작동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지만 아직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13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열어 2019년식 메르세데스-벤츠 S350 d 4매틱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교환 판정을 내렸다. 이번 사례는 정차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져 연료 효율을 높이는 ISG(Idle Stop and Go)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차주가 교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ISG 결함 수리가 어렵다는 판단과 더불어 경제성에 영향을 주는 점 등을 들어 최종 교환 결정을 내렸다.

벤츠 관계자는 “판정 결과를 존중한다. 절차를 준수해 고객의 차량 교환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레몬법 시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레몬법에 따라 국토부 중재를 거쳐 결함을 인정받고 차량 교환까지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중재 과정에서 자동차 제조사와 차주의 합의, 화해 등에 따른 보상 사례만 수십건 있었다.

2019년 도입된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 동일한 중대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국토부는 BMW 화재 사고를 계기로 이 제도를 운영해 왔다.

문제는 레몬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구제를 받으려면 직접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교환·환불 중재 신청을 하면 된다. 다만 한국형 레몬법은 적용대상에 강제성이 없는 데다 법의 수용 여부를 제조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에 따라 중재절차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들은 레몬법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자동차 제조사에 결함 관련 불이익이 가해져야 법의 실효성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곧 시행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오는 2월부터 결함 은폐, 축소, 거짓 공개, 늑장 리콜로 중대한 손해를 발생시킨 제조사에는 5배 이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결함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나서는 진상규명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모든 결함 유무를 운전자가 직접 밝혀야 하는 구조여서 분쟁 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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