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인이 양모에 살인죄 적용… “사망 가능성 알고도 발로 밟아”

국민일보

檢, 정인이 양모에 살인죄 적용… “사망 가능성 알고도 발로 밟아”

남부지법서 ‘정인이 사건’ 첫 공판

입력 2021-01-14 04:02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에서 학대 방조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첫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재판에서 양모 측은 살인·아동학대치사 등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윤성호 기자

검찰이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재판부에 냈다. 양모 측은 “정인이를 발로 밟은 적 없다”며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3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모 장모(34)씨와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6)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장씨에 대한 주의적 공소사실을 살인, 예비적 공소사실을 아동학대치사로 적용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검찰이 이날 밝힌 정인이의 사인은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한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과다출혈’이었다. 지난달 8일 기소 당시 공소장에 ‘불상의 방법’으로 기재했던 부분을 구체화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3일 장씨가 정인이의 복부를 수차례 때려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발로 계속 복부를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해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살인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은 “사망에 이른 외력과 강도 등 범행 전후 사정을 종합해볼 때 정인이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부모 변호인은 아동학대치사, 살인 등 장씨의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장씨가 정인이의 배를 손으로 밀듯 때린 사실이 있고 감정이 격해져 정인이를 흔들다 수술 후유증으로 바닥에 떨어뜨렸다”면서도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복부를 수차례 밟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밟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해서도 일부 해명했다. 변호인은 “아이를 떨어뜨린 뒤 정인이가 괜찮은 것으로 보여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보니 상태가 심각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며 “일부 폭행은 인정하지만 고의적으로 사망하게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장씨는 아동학대, 방임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다. 함께 기소된 안씨는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에 출석한 장씨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할 때 어깨를 들썩거리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울먹이며 떠는 목소리로 “주부”라고 답하기도 했다. 옆자리에 앉은 안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만 쳐다보다 간혹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장씨와 안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법원 앞에서 양모에게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피켓을 든 시민의 모습. 윤성호 기자

법정에는 양부모를 엄벌하라고 요구하는 시민 수십명이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법정에서 방청하던 한 여성은 재판이 끝나자마자 장씨의 이름을 외치며 “악마 같은 X아. 정인이를 살려내라”고 고함치다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았다. 전날 법원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했던 안씨 측은 재판이 끝나고도 30분 가까이 대기하다 경찰 통제 아래 간신히 법정을 빠져나왔다.

분노한 시민들은 ‘사형’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장씨가 탄 호송차를 에워싸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도로에 누워 통행을 막자 여럿이 몰려 양부모가 탄 차를 두들기며 고함을 질렀다. 바닥에 쌓인 눈을 뭉쳐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정우진 황윤태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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