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대 열어준 ‘안·오·나’, 10년 만에 다시 ‘단일화’ 각축

국민일보

박원순 시대 열어준 ‘안·오·나’, 10년 만에 다시 ‘단일화’ 각축

‘보선 빌미’ 오세훈· ‘양보’ 안철수… 朴에 패한 나경원, 野 3자 구도 형성

입력 2021-01-14 04:02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먹자골목 입구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는 이태원 거리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장사하고 싶다’고 써붙인 상점을 가리키며 “서울시민이 가장 힘든 것, 아픈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보듬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라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국회사진기자단

10년여 전인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기억이 재연되고 있다. 당시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한 오세훈 전 시장,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패했던 나경원 전 의원 등 ‘박원순 시대’를 열게 한 주연 3명이 다시금 등장했다. 이번에는 야권 단일화를 놓고 막판까지 힘을 겨룰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10년 만에 서울시장 재도전장을 던졌다. 13일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폐업한 상점이 즐비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나타난 그는 “운동화를 신고 서울 곳곳을 누벼 서울시장실이 필요 없는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하게 섬세하게’ 표어를 단상에 붙인 그는 서울 전역에 백신 접종 순환버스를 운행하고 용적률, 용도지역, 층고제한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했다.

나 전 의원은 안 대표를 겨냥해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느냐”며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겐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자신이 야권의 적통한 후보임을 내세운 셈이다.

이날 안 대표는 국회에서 아동학대 예방·대응 간담회를 하고 정책 개발에 몰두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 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초대하는 등 국민의힘과의 접점도 넓혀갔다. 단일화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야권 대표성은 국민이 정해주는 것”이라며 “정당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부터 공유하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이 ‘현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안 대표는 “우리 상대는 여권 후보”라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단일 후보가 선출돼도 모든 지지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응수했다.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교체 교두보를 확보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한다면 야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도 날렸다.

이날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7일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오 전 시장까지 10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연들이 모두 무대에 오른 모습이다.

결국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패의 주요 변수인데, 막판 지지율 추이에 따라 현재 안 대표의 주도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조건부 출마 선언으로 나 전 의원이 당내 유리한 구도에 올라섰다”며 “당내에선 누가 후보가 되든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3자 구도로 독자 후보를 내면 승률은 상당히 낮아진다”며 “범야권 후보 단일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면 좋을지 여태껏 이야기를 안 한다”며 “계속 간만 봐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