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 아닌데 긴급출금… 당시에도 위법성 논란

국민일보

‘피의자’ 신분 아닌데 긴급출금… 당시에도 위법성 논란

진실규명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

입력 2021-01-14 04:03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의 위법성 논란은 2019년 3월 당시에도 불거졌었다. 김 전 차관 측도 출금에 강력 반발했지만 별장 성접대 의혹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에 묻혔던 사안이다. 법조계에선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과 사건 실체를 밝히기 위해 신병 확보가 시급했던 사안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15일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는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소환조사를 거부했다. 김 전 차관이 출국할 경우 향후 수사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적이 묘연하던 김 전 차관은 3월 22일 오후 10시50분쯤 인천공항에서 다음날 0시20분 태국으로 출국하는 항공권을 발권했다. 이런 상황을 통보받은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는 23일 0시8분 인천공항에 긴급출금 요청서를 보냈다. 김 전 차관은 탑승 직전 출국이 제지됐다.

이 검사는 23일 오전 3시쯤 법무부에 ‘승인 요청서’를 냈다. 긴급출금 후 6시간 안에 법무부에 내야 하는 문서다. 해당 요청서에는 서울동부지검 내사 번호를 적었다. 김 전 차관이 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피내사자 신분을 부여한 것이다. 긴급출금은 법상 피의자에게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당시 피내사자도 넓게 보면 피의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무리한 해석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검사는 당시 대검에 출금을 요청했지만 대검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거부했다고 한다. 이후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서울동부지검에 내사 번호의 사후 추인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시 긴급출금은 통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출국을 막기 위해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차관 측도 출금 조치에 강력 반발했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부당함을 호소했었다. 김 전 차관 측이 출금에 대한 행정소송을 냈을 경우 위법성을 따져볼 수 있었겠지만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었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야반도주를 하다 걸린 것처럼 돼 국민적 공분이 컸고 구속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변호인들 사이에서 위법 출금이라 국가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에는 김 전 차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논란이 컸던 상황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김 전 차관이 출국했을 경우 더 큰 비판에 직면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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