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출동체계 선진화를 촉구한다

국민일보

[기고] 소방출동체계 선진화를 촉구한다

김선일 부경대 교수·과실연 집행위원

입력 2021-01-19 04:04 수정 2021-01-19 04:04

최근 소방청이 아파트 단지나 대학 캠퍼스 내 화재 현장 접근성 향상을 위한 소방차 유도 표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건물군 출입구에서부터 건물까지 소방도로에 고속도로 등에 적용된 색깔별 유도선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도로를 온통 색깔로 도색하면 접근로와 접근지점을 어떻게 구분해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방법은 소방 출동에 필요한 정확한 지리정보시스템(GIS)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킨다. 소방청은 이보다는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도로명 출동체계로 건물군 GIS를 구축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차로가 많은 고속도로 등에서 진출로로 빠져나갈 때는 노란색 유도선을 따라가면 되지만 반대 과정인 복잡한 건물군 안으로 진입할 때는 정확한 접근로와 접근지점의 GIS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국에서는 1666년 런던 대화재 발생 후 좁고 복잡한 도로와 건물에 도로명 출동체계를 구축해 화재 현장에 소방마차가 신속 정확하게 건물에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도로와 건물에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해 접근로와 접근지점을 정확하게 찾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도로명 출동체계를 도로명주소로 20년 전에 이미 도입했다. 예를 들면 도로명주소 양지길 12는 접근로와 접근지점이 양지길과 양지길 따라 120m임을 GIS 정보로 제공한다. 그러나 종전 행정구역 방식 주소의 관습 때문에 건물군 안에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한 GIS를 구축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의 도로명주소는 건물군 안에서 접근로와 접근지점의 GIS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소방출동체계로 쓰일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에 출동한 긴급차량이 높은 건물 벽에 적혀 있는 동 번호나 건물명으로 찾아가려다 접근로와 접근지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엄청난 국가 예산으로 만들어진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이 긴급출동이 빈번한 공동주택이나 대학 캠퍼스 안에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을 들인 국가사업이 60% 이상의 국민이 살고 있는 건물군 안의 재난안전 정책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새주소 사업이 절반도 시행되지 않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이 아파트 단지 내에 도로명 출동체계인 건물군 GIS를 구축하지 않으면 앞으로 심각한 소방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소 선진국에서는 건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하고 도로명 출동체계인 ‘911 어드레스(911 ADDRESS)’를 구축해 접근로와 접근지점의 GIS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도 건물군 안에 색깔별 도색을 하는 대신 도로명 출동체계로 건물군 GIS를 구축해 골든아워를 보장하는 소방출동체계의 선진화를 이룩하길 촉구한다.

김선일 부경대 교수·과실연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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