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K방역, 공동체주의, 평양대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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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K방역, 공동체주의, 평양대부흥

입력 2021-01-19 03:02 수정 2021-01-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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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코로나19 초기 대한민국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검진받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이 유교식 집단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정부의 권위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소르망이 한·중·일 삼국을 구분하지 않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에 빠져있다고 느꼈다. 국가주석 일인 지배하에 있는 중국이나 오랜 세월 정권교체를 하지 않은 일본과 달리, 우리는 얼마 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탄핵한 시민인데 말이다.

대한민국 시민정신의 토대는 집단주의가 아니고 공동체주의다. 개인과 공동체가 상승효과를 누리며 발전하는 것이다. 개인은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하고, 공동체는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해 준다. 개인이 공동선을 위해 협동하고 양보하며 사회적 약자와 기쁘게 연대한다. 공동체주의는 특히 위기를 만났을 때 빛을 발한다.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코로나19 시대 서구사회가 잘 보여준다. 반면 우리는 1980년 광주와 87년 시청 앞에서, 98년 금 모으기에서, 2016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2020년 봄 대구에서 주체적 개인의 희생과 상호연대가 위기를 극복하고 역사적 진보를 이루는 것을 목격했다.

K방역을 가능하게 한 공동체주의를 경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가 이뤄야 할 최우선 과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과 기업을 회생시켜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고 코로나19로 돈을 번 기업이 여기에 동참해야 하며,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회도 이 일에 앞장서야 한다. 노회나 총회 혹은 대형교회나 연합기관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은 성도를 위로하고,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작은 교회들을 도와야 한다. 대한민국의 재건을 위해 설교하고 기도해야 한다.

이쯤 해서 이런 의문이 든다. 한·중·일 삼국이 모두 유교 문화권인데, 왜 한국에서만 공동체주의가 실현될 수 있었을까. 여러 역사학자가 동의하듯 나도 그 시작점을 3·1운동에서 찾는다. 3·1운동은 단순한 독립운동이 아니었다. 3·1운동은 계몽된 민중이 주체가 된 민권운동이었다. 한국 민중은 지식인이나 정치가에게 선동된 것이 아니라 희생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중국이나 일본에선 이런 운동의 전통이 미미했고, 대부분 지배 세력에 의해 진압되거나 애국심이란 미명하에 스스로 순치(馴致)돼 소멸했다. 3·1운동은 공동체주의의 효시이면서 이후 상해 임시정부를 비롯한 민권운동의 원형이 됐다.

3·1운동의 정신적 동력은 무엇인가. 3·1운동의 주체세력이 천도교(동학)와 기독교 등의 종교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초월적 존재와의 만남을 통한 인간 실존의 발견과 이를 통해 형성된 자의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어쩌면 유일한 개인주의의 시발점이다.

기독교인의 3·1운동 참여의 뿌리는, 1907년 1월 평양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 대부흥운동에 있다. 대부흥운동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발견이며, 더 나아가 민족 공동체의 발견이었다. 하나님과의 강력한 만남의 체험, 이를 통한 실존·도덕적 개인으로서의 자아 정립, 신적 소명으로서의 국가를 위한 자발적 희생. 이것이 3·1운동과 훗날 대한민국 공동체주의를 가능하게 해준 에너지다. 114년 전 과거의 부흥운동이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 시민정신의 뿌리가 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자랑스러워만 할 것인가. 지금 위기의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회생시킬 수 있는 생명과 성령의 역사가 재현될 수 있을까.

장동민(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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