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고별 연설

국민일보

[한마당] 고별 연설

천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1-20 04:03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재선을 하고 임기가 6개월 남았을 때인 1796년 9월 ‘고별 연설’을 발표했다. 제목은 고별 연설이었지만 연설로 행해지지는 않고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로 신문에 실렸다. 마음만 먹으면 3선이 가능했지만 욕심을 접고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는 이렇게 질서 있는 정권 교체의 길도 먼저 열었다.

미국의 저명한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워싱턴의 고별 연설이 무서울 정도로 뛰어난 선견지명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교활하고 야심차며 파렴치한 인물’의 출현, 대중 선동과 극단적 당파성, 그로 인해 국가적 이상을 잃어버릴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의 등장과 그 폐해를 무려 225년 전에 내다본 셈이다. 워싱턴은 신생국인 미국의 미래를 보장하려면 헌법을 보호하고, 권력의 분립과 균형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부추긴 의사당 폭도 난입 사태는 분명 권력 분립과 균형을 파괴하려는 시도였다.

워싱턴 이후 미국 대통령 중 상당수는 퇴임을 며칠 앞두고 고별 연설을 했다. 조지 W 부시는 2009년 1월 TV로 생중계된 백악관 고별 연설에서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좌절을 경험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일들이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후임자 버락 오바마는 8년 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며 “변화를 이뤄내는 여러분의 능력을 믿으라”고 당부했다.

20일(현지시간) 퇴임하는 트럼프가 고별 연설을 할지 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측근들이 하라고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명확히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퇴임 당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백악관을 떠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송별 행사를 가진 뒤 플로리다 팜비치의 개인 별장으로 갈 예정이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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