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석학들 “집값 급등은 문제”

국민일보

[단독]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석학들 “집값 급등은 문제”

문재인·박근혜정부 전 경제수석 홍장표·강석훈

입력 2021-01-25 00:03

현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경제수석이었던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기꾼을 잡으면 부동산이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전·현 청와대 경제수석들이 최대 경제 현안인 집값 상승과 벌어진 자산격차에 대해 한목소리로 정부 대책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두 전 수석은 정치권이 재난지원금을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재정건전성, 이익공유제 등의 경우 서로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됐다. 국민일보는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석학들의 의견을 듣고자 최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코로나19의 특수성에 따라 서면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한국 경제 어떻게 봤나.

홍 전 수석=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나름 선방했다. K방역, 확장적 재정, 가계소득 보전 대책 등 사람중심 경제를 추구하는 문재인정부 국정 기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였다. 다만 집값 상승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자산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 전 수석=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의 절대적인 수준은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 K방역과 재정 확대 정책의 성과가 반영된 부분도 있고 경제 구조에 기인한 부분도 있다.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과 수출의 비중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적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높은데 이유는.

=그동안 수요관리 대책으로 부동산 수요가 투기 수요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실수요가 크게 늘었다. 투기 수요는 줄었지만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과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런 점이 증폭돼 혼란이 커졌다.

=1차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작동하는 시장으로 보지 않고 투기꾼을 잡으면 안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택 거래는 내 집 마련 꿈을 이루려는 욕구와 더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를 것 같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는 부동산값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책 불신이 팽배하다. 이처럼 정책 불신이 큰 상황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시장에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 변화나 변경을 암시하는 듯한 당국자의 발언은 불신을 더욱 가중시킨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이란 없다. 그렇지만 일관된 정책에 시장도 맞서지 않는다. 실추된 정책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 가격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일이 모든 부동산 정책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양도세를 인하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양도세 일부 인하로 시장 거래가 정상화되면 편익은 모든 국민이 향유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었다. 환영할 일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힘입어 소득 양극화는 완화됐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제대로 통하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며 자산 양극화가 심화돼 큰 걱정이다. 최근 은퇴한 베이비붐세대가 부동산이나 자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늘고 있다. 부모 재산의 대물림은 곧바로 청년세대의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자산 양극화 대책은 편법·탈법 증여를 막는 한편 흙수저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해 출발선을 일치시키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저소득층 소득이 정체·감소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정책 실패로 주택 보유 여부가 자산 양극화를 급등시키는 핵심 요인이 됐다. 주식 보유 여부와 수익률 격차도 자산 양극화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고 부동산으로 실현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환수해야 할 것이다. 또 금융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유리하지 않도록 과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을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

-추가 긴급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온다. 지급 방식 논란이 비등하다.

=보편 대 선별 지급 방식 논란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별 복지냐 보편 복지냐의 이념 논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방역과 경제 상황에 맞는 지급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지금처럼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된 시기에는 영업 제한 조치에 들어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두텁게 보전하는 맞춤형 지급이 필요하다. 코로나 확산이 진정된 국면에서는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해 이보다는 넓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는 있어도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아니다. 정부의 강제 폐쇄 조치로 생존·생계가 한계로 치닫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 생계가 막막해진 장기 실업자들의 생계를 긴급 지원하는 게 우선이다. 재택근무하면서 아무런 소득 감소 요인도 없는 사람에게 소득 보전을 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국가부채 비율 증가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 비율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국가부채 증가 속도는 42개국 중 네 번째로 느리고 재정부양책은 세 번째로 적게 썼다. 나라 곳간이 튼튼해야 경제도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재난으로 민생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가계가 가난해졌는데 정부만 부자일 수는 없다.

=경제 위기 상황에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은 필요하다. 그러나 원칙 없이, 효과성 및 효율성에 대한 검증 없이 무조건 확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고령화, 국민연금 지출 증가, 국가부채 비율 증가 속도,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재정을 확대하면서 악화되는 재정건전성을 언제 어떤 식으로 회복하겠다는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향후 큰 위기를 야기하고 우리 후대들이 갚아야 하는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이익공유제’를 논의한다. 어떻게 보나.

=이익공유제는 이름 때문에 오해도 있지만 우리 경제가 코로나를 극복하고 따뜻한 시장경제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고 지원하려면 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코로나로 이득을 얻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일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정부는 이를 강제할 수 없고 참여를 높이는 제도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이익의 본질에 대해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로 보인다. 기업 이익은 위험을 무릅쓰고 미래의 불확실에 투자한 대가이며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막대한 손실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알아서 부담하고 이익이 나는 경우 이를 나누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기업 활동을 왜곡시키고 혁신을 저해하게 된다. 단기적인 공익보다 훨씬 더 큰 공익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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