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준상이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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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준상이네 집

입력 2021-01-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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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상을 아시나요. 강준상은 2002년 제작된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이 드라마는 고등학생 때 만난 첫사랑이 죽은 줄 알고 지내다 재회한 뒤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배용준씨가 강준상 역을 맡아 열연했었죠. 겨울연가는 2004년 일본에서도 방영돼 일본 50·60대 여성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추억을 소환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드라마 중 준상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으로 사용된 집은 ‘준상이네 집’으로 불리며 관광명소가 됐는데, 일본 관광객만 해도 매일 수백 명씩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열풍이 식으면서 수년 전부터는 찾는 이가 없다고 합니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 준상이네 집이 헐린다고 합니다. 춘천시가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으로 기와집골을 헐고 그 자리에 26층 아파트들을 짓는다고 합니다. 20여년을 끌어오던 현안이었는데, 현재는 주민이 15명 정도만 남은 상태여서 오는 3월 철거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도심의 건물 상당수는 과거의 터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곳은 과거 누군가의 집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가족이 함께 먹고 마시고 가르치고 사랑하면서 어울려 살았을 것입니다. 혹은 누군가의 논밭이어서 거기에 파종하고 김을 매고 물을 주고 가을에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추수의 기쁨을 맛봤을 것입니다. 어쩌면 장원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스승 아래 글을 배우던 학당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잊히고 그 집들은 헐리고 그 위에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선 뒤 자동차가 질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 위에 세워졌습니다. 과거는 지워지기도 하고 잊히기도 합니다. 강준상은 드라마 속 인물인데도 준상이네 집이 헐린다는 소식에 가슴이 찡한데, 실제로 이 땅에 태어나 숨 쉬고 꿈꾸며 사랑하고 부대끼며 살았던 이들이야 어떻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더 높이, 더 아름답게 지어 올리는 데 관심이 큽니다. 올려다보며 흡족해하고 다른 이들보다 높아지려 경쟁합니다. 이런 일에 인생의 대부분을 쏟아붓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도 잊힐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잊힐 것입니다.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도 낡아지고 잊힐 것이며, 그 위에 다른 것이 들어설 것입니다.

우리를 잊을 이는 지금 반갑게 만나고 인사하고 함께 일하고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그들 역시 잊힐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를 기억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세상에서는 잊히지만, 하나님 앞에서 우리 삶은 영원히 기록돼 보존될 것입니다. 세상 사람은 우리를 잊어도 하나님께서는 기억하십니다.

잊힐 것에 충실하기보다 기억하실 하나님께 충실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낡아져 헐릴 것보다 영원히 기억될 것에 투자해야 합니다.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로 이어지도록 살아야겠습니다. 금방 잊히고 헐릴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준상이네 집은 드라마 속 추억에 교훈 하나를 덧붙여 줍니다. 지금 마음을 채우는 이 교훈도 언젠가 잊힐까 염려가 됩니다.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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