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스푸트니크’의 변신

국민일보

[한마당] ‘스푸트니크’의 변신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1-02-10 04:10

스푸트니크. 1957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다.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며 첫 인공위성의 이름을 딴 ‘스푸트니크 V’를 선보였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썰렁했다. 백신 개발 기간이 워낙 짧은 데다 임상시험 과정 등이 상세히 알려지지 않아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세계 최초라는 명성을 노린 무리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상황이 급반전됐다. 최근 저명한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이 백신의 3상 결과가 게재되면서부터다. 논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의 면역 효과는 91.6%이며, 관심을 모은 60세 이상에서도 효과가 91.8%였다.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냉동 보관이 아닌 2~8도 상온 보관이라 유통이 편리하다. 가격도 두 번 접종에 20달러로 모더나(50~74달러)·화이자(40달러)보다 저렴하다. 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부족하고, 자국 이기주의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백신은 특히 저개발국가와 더운 나라에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전통 우방인 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최소 20개국이 러시아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백신은 고려하지 않는다던 우리 정부도 8일 처음으로 스푸트니크 V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국가 백신 공급체를 통한 화이자 백신 도입이 늦어지고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효과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백신이 실제로 국내에서 접종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 백신이 미국의 얀센(효과 66%)과 거의 동일한데 이보다 임상 결과가 뛰어나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러시아의 임상 데이터를 완전히 신뢰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8세인 자신이 맞아도 되는지 안전성이 검증된 뒤 접종하겠다며 미루고 있다. 러시아 백신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확실히 변신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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