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9) 혹 달고 태어난 둘째… 15분간 호흡이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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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9) 혹 달고 태어난 둘째… 15분간 호흡이 끊겨

악성 종양으로 뇌에 바이러스 전이돼
여러번 심폐소생술 끝 기적적으로 호흡
의사도 “의학적으론 설명이 안되는 일”

입력 2021-02-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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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옥 사모(왼쪽)가 1987년 운영하던 채소·과일 가게에서 둘째 아들 은만이를 안고 첫째 딸 지영이와 포즈를 취했다.

1987년 7월 병원에서 둘째 은만이가 태어났다. 의사는 출산 전에 “아이가 거꾸로 있고 상태도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내가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동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를 보고 의사는 “이놈 봐라. 복을 달고 나왔네”라고 했다. 아이의 얼굴을 보니 큰 혹이 있었다. 흡사 얼굴이 두 개 같았다. 그 모습에 나는 “하나님, 기왕 아이를 주시려면 건강한 아이로 주시지. 왜 장애 아이를 주셨습니까”라고 불평했다.

순간 하나님께서 책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그렇지.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기도하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병원 기둥을 붙잡고 회개 기도를 했다. “죄송합니다. 주님을 섬기듯 저 아이를 잘 돌보겠습니다.”

아내가 충격받을까 염려해 한 달간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아이를 데려가자 끌어안고 얼굴에 뽀뽀하며 더 사랑해줬다. 아내는 나보다 더 성숙한 믿음의 사람이었다. 아내도 하나님께 나와 같은 기도를 드렸다.

악성 종양을 갖고 태어난 은만이는 생후 4개월 만에 바이러스가 뇌에 전이됐다. 하루는 열이 41.9도까지 올랐고 그로 인해 시력과 고막에 문제가 생겼다. 119 구급차를 불렀는데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은만이의 호흡이 끊어졌다. 의사들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가망이 없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나님이 주신 아이인데 이러려면 왜 주셨나요. 하나님이 책임지고 살려주세요.” 나는 탄식하며 기도했다.

내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했다. 호흡이 끊어진 지 15분이 넘었는데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은만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의사가 말했다. “의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됩니다. 살아난 게 기적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셔야 합니다. 얘는 전신 마비라 아무것도 못 할 겁니다.”

우리 부부는 ‘하나님께서 살리셨으니 하나님께서 이끄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침대에서 기도하며 은만이를 보니 주님이 침대에서 은만이를 품고 있는 환상이 보였다. 은만이가 절대 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놓였다.

은만이는 7개월 넘게 중환자실에 있었다. 누군가 옆에 붙어있어야 했다. 큰딸 지영이는 너무 어려서 어디에 맡길 상황이 아니었다. 자꾸 불어나는 병원비를 대다 보니 전세 보증금까지 까먹었다. 갈 곳이 없었다. 우리 세 식구는 은만이가 누워있는 침대 밑에서 근근이 생활했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 광야의 기적처럼 감사와 기쁨이 흘렀다. 병원에서 은만이처럼 아픈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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