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슈퍼스타가 된 시인

국민일보

[한마당] 슈퍼스타가 된 시인

천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2-22 04:10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가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면서 대통령에게 시를 들려주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깡마른 흑인 소녀의 이름은 어맨다 고먼(22)이고, 이 문장은 그가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낭송한 축시의 일부분이다. 고먼은 2036년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얘기를 수년 전부터 해왔다고 한다. 그는 바이든 취임식에 등장한 이후 대권 도전 이야기가 더 이상 허황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힐러리 클린턴도 고먼의 향후 대선 출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고먼의 시집 두 권이 바이든 취임식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리스트 1위에 올랐었다. 고먼의 스타성에 주목한 대형 모델 에이전시는 그의 패션과 뷰티를 관리해주기로 계약했다. 고먼은 이달 7일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개막식에도 등장해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분투한 시민들을 기리는 자작시를 낭송했다. 지난 17일에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각 분야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젊은이 100인(타임100 넥스트)을 선정했는데, 고먼도 여기에 포함됐다.

고먼은 중학교 영어교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지난해 우등으로 졸업했다. 재학 중이던 2017년에는 초대 ‘청년 계관시인’(국가적 경조사에 공적인 시를 쓰는 작가)으로 뽑혔다.

압제와 소외, 페미니즘, 인종 문제 등이 고먼이 천착하는 주제다. 그가 바이든 취임식 때 발표한 시는 나라의 통합과 회복을 바라는 내용이었다. 구약 미가의 4장 4절을 인용한 대목에서 시의 제목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 나온다. “성경은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이라 그들을 두렵게 할 자가 없는’ 세상을 마음속에 그리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터전에 대한 약속이며, 우리가 용기를 낼 때 오르는 언덕입니다.”

천지우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