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익 중심의 ‘원칙 외교’

국민일보

[시론] 국익 중심의 ‘원칙 외교’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입력 2021-02-23 04:04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한·미 관계 형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의 내구성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 억제 및 미국의 역내 리더십 유지 측면에서 한·미동맹 필요성에 대한 한·미 양국 간 공통의 이해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략적 이익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주변 지역에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의 안보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한·미동맹 운용과 관련된 주요 의제들은 양국 협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는 합리적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원칙 아래 진전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한·미동맹이 보다 적극적인 기여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은 세력 균형의 변화와 연계된 불가역적인 추세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양국 간 경쟁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관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전보다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군사·안보, 경제, 기술, 이념 등 거의 전 영역으로 확대됐던 미·중 갈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양국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은 양국 간 격차가 빠르게 감소하는 첨단 기술 및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한편 무역 갈등은 점차 타협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여전히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군사·안보 등의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고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는 우리는 미·중 간 세력 균형의 변화 추세를 면밀히 관찰하며 대응 전략을 지속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신남방 정책을 중심에 두고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의 역내 협력 원칙에 기초해 주요국과의 연계를 통한 확대 협력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 협력과 관련해서는 이 같은 역내 협력 원칙을 바탕으로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 경제, 인적 역량 강화 등의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을 추진해 왔다.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때 향후 한·미 협력 확대도 경제 및 비군사 안보(보건·기후변화·재난구호·대테러 등)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보편적 원칙을 토대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군사·안보 분야를 제외한 경제 및 비군사 안보 분야 중심으로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핵심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로의 재균형을 지속하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미·중 간 공통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비군사 안보 분야는 국제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적극적 역할 모색을 통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한국이 개방성·포용성·투명성 원칙에 기초해 역내 국가들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증진시켜 나갈 때 한국의 국익을 담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내 핵심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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