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침묵의 봄을 깨우는 사랑과 기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시온의 소리] 침묵의 봄을 깨우는 사랑과 기도

입력 2021-02-23 03:05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올까 말까 저울질하던 봄이 왔다. 다가서기가 무섭게 떠나버릴 테지만, 그래도 우리는 해가 만들어낸 자연의 흐름을 느끼려 안간힘을 쓴다. 비록 흐트러진 절기지만,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우수를 지나 경칩을 향해 가고 있다. 절기란 것이 지난 때를 품고 새로움을 향해 움직이게 하는 변환점이라고 하니, 올봄 우수에서 경칩 춘분 청명 곡우로 이어지는 절기엔 깊어져 가는 봄의 침묵이 깨지고 희망의 노래가 불리기를 희망해본다.

이미 나무는 절기를 따라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나무가 봄맞이 기지개를 켜면 온갖 새들이 지저귈 것이다. 우리도 그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온전한 봄을 드러내는 노래는 아닐지라도, 침묵으로 빠져드는 봄을 깨우는 몸짓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점점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어선지 마음속 노래조차 잊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미국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썼을 때보다 더 많은 화학물질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당시 해마다 500여종의 화학물질이 새로 나왔다는데, 지금도 그만큼의 물질들이 새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화학학회에 등재된 화학물질은 1억1000만종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4만4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등록돼 유통 혹은 사용된다. 우리나라 최악의 화학 참사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안타까운 건 우리의 거룩한 성전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3개 교회 예배당과 미래세대가 주로 머무는 공간을 검사한 바에 따르면, 장의자 쿠션(PVC 소재)의 중금속 납 수치가 기준치의 60배나 됐다. 공간을 아름답게 하려고 부착한 시트지와 어린이용 책걸상, 슬리퍼 등 공용물품과 교구 등의 28%가 PVC 재질이었는데, 여기엔 성장과 지능발달에 위협이 되는 프탈레이트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

해를 넘겨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거라는 기후위기는 우리를 두렵고 우울한 봄으로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지금까지 2600만 마리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예방적 차원에서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죽인 닭이 3배 이상 된다고 한다.

세계가 기후위기 감축 측면에서 대규모 공항 확대를 지양하고 있음에도,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채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멀리 바다 건너 전해져오는 소식으로는 이미 124만t을 넘어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곧 해양 방출될 것이란다. 봄소식을 듣고도 좋아할 수만 없는 이유다.

기후변화 탓에 이상한 겨울을 보냈는데, 이번 봄에 오히려 더 어두운 침묵의 봄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땅을 창조하고, 또 이 땅에서 풍성한 삶을 살게 허락한 주님을 영영 노래하지 못할 침묵의 봄을 맞지 않을까 두렵다.

두려움이 짙어져도 절망하지는 말자 다짐한다. 두려움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 침묵의 봄을 맞고 있는 이 땅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우리에게 지금도 간절히 사랑을 호소한다.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는다”(요일 4:18)고 했다. 진심으로 하나님의 창조를 사랑한다면, 이 땅을 뒤덮은 온갖 화학물질을 비롯한 미세먼지와 방사성 물질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걸을 수 있다. 해마다 그 위력이 커가는 기후재앙에 대한 두려움 또한 이겨낼 수 있다.

올봄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 경건한 40일을 보내고 있는 이마다 봄을 침묵하게 하는 것을 살피길 기도한다. 봄의 침묵 가운데 몸져눕는 생명의 소리를 듣고 이를 위해 중보한다면 머잖아 우리 모두 생명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