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대기업 브랜드 주택 싸게 공급” 큰소리, 방법은 “…”

국민일보

변창흠 “대기업 브랜드 주택 싸게 공급” 큰소리, 방법은 “…”

대기업이 시공하고 최고급 설계
저렴한 가격 현실적으로 불가능
대기업 얼마나 호응할지 불투명
부실시공 논란 불거질 수밖에 없어

입력 2021-02-23 00:02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4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발표한 공공 주도 공급 방침과 관련해 “최고급 품질의 주택을 ‘부담 가능한(affordable)’ 가격에 공급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주택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을 낮춘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국 83만 가구, 서울 32만 가구’와 같은 공급 목표만 밝힐 게 아니라 주택의 품질을 높이면서도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청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공공 주도 정비사업과 관련해 “공공주택이라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시는 걸로 알지만, 실제 시공은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이 한다”며 “대기업 브랜드가 붙고 설계도 최고급 설계로 해서 훨씬 더 차별화된 품질로 저렴한 주택이 공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품질을 높이면서 주택 가격을 저렴하게 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2·4 대책의 핵심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급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변 장관이 강조한 ‘저렴한’의 의미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있다는 의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시행사와 감리 역할을 하고 실제 시공은 대기업 건설사들이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주민들이 최종 선택하게 한다는 의미다.

변 장관은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종전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행정절차도 간소화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비교해 보면 이번 대책에 제시한 사업이 얼마나 빠르고 이익이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한다. 우선 정부의 구상대로 분양가는 낮추면서 설계와 자재를 최고급으로 쓰는 주택 공급에 대기업이 얼마나 호응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공을 맡더라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저렴한 분양가 기준에 맞추려면 결국 시공단가를 후려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변 장관이 사장을 역임했을 당시에도 LH가 공급한 공공주택에서 이웃집과 벽을 사이에 두고 ‘구구단’을 할 정도로 방음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변 장관은 “LH가 직접 시공하지 않고 감리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공공 주도 정비사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LH 사업 현장의 감리 인원이 적정인원의 51.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품질을 높이면서 원가를 낮추는 건 기술 혁신 외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변 장관 발언이 실현만 된다면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돼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시공에 양질의 자재를 쓴다고 하더라도 토지 비용 때문에 저렴한 분양가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일환으로 토지 공시가격을 높이면서 도심 내 분양가 상승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고 원장은 “분양가는 결국 토지비용과 자재비와 인건비로 구성되는 건축비용의 합산으로 결정되는데, 건축 비용을 절감하지 못하면 결국 토지비용에서 절감하는 수밖에 없다. LH의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가 이미 132조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단기적으로 몇몇 시범 사업지에는 정부 기준대로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가능할지 몰라도 이러한 개발모델이 지속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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