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검수완박 정당한가

국민일보

[데스크시각] 검수완박 정당한가

남혁상 정치부장

입력 2021-02-25 04:08

‘검수완박’. 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완전 박탈은 이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검수완박이란 표현 역시 앞으로 정치권에서 자주 듣게 될 듯하다. 아직 당론으로 정한 건 아니지만, 굳은 신념을 가진 일부 의원들에 의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개 범죄로 국한됐다. 이들 6대 범죄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새로 설치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수사는 하지 않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게 된다. 여당 내부에선 중대범죄수사청에 아예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 영장청구권을 남겨놓으면 사실상 수사를 지휘할 수 있으니 이마저도 힘을 빼놓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겠다고 주장하는 쪽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고, 견제 및 통제장치가 없으며, 인권 침해 가능성도 높다는 논리를 편다.

그런데 시점이 참 공교롭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이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도 한 달을 갓 넘은 시점에 다시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황운하 등 일부 의원들이 주도한 법안은 이미 발의됐고, 여당 검찰개혁특위 차원의 법안도 마련 중이다. 이들은 6월 입법을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계기도 의문이다. 1년 내내 이어졌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시도가 추 장관의 사퇴로 마무리된 이후 돌연 여당서 튀어나온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는 정치적 의도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눈엣가시인 검찰총장을 내치지 못했으니 수사권을 빼앗겠다는 것이고, 검찰 장악을 못하니 해체 수순으로 가자는 말과도 다름없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이 이런 입법을 주도한다는 점은 더욱 아이러니다. 여기에 조국, 추미애 전 장관까지 응원 대열에 합세했다. 대표 발의자인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 중이고,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 작성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 민주당은 언젠가부터 일부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받으면 당 지도부도 동조해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돼버렸다. 얼마 전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법관 탄핵도 그랬다.

이번 검수완박 역시 그 수순을 밟을 게 유력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연말만 해도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윤 총장 징계가 무산되고 검찰의 월성원전 수사가 계속되자 기류가 확 바뀌었다.

검찰의 수사 및 기소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은 1954년 이래 67년간 이어져왔지만, 손 댈 수 없는 성역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걸맞은 명분이 없으면 그 배경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체와 시점, 배경 이 세 가지가 모두 명분을 잃는다면 정당성은 찾기 어렵다. 형사사법체계는 국가 시스템의 근간이다.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에 이어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수사기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사법 시스템의 거대한 변화와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는 그들만의 입법 시도는 그래서 정당하지 않다.

사회적 공감대, 치밀한 사전 연구,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감정에 치우쳐 다시 밀어붙이는 것은 공당의 사적인 보복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사법 실험과 다름없다. 여당 일부 의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선출된 권력이라 해도 그 결과까지 모두 정당성을 보장받지 않는다. 모든 건 국민적 상식과 법에 부합해야 한다.

남혁상 정치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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