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13) 목회자의 길 걸으며 6명 장애아의 아빠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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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13) 목회자의 길 걸으며 6명 장애아의 아빠 되다

기도 중 환상 본 후 신학교에 입학
뇌성마비 상희가 호전된 기적을 본 의사
부모가 버린 장애아 4명 맡아달라 부탁

입력 2021-02-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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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가 1999년 4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려개혁 총회 경기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뇌성마비를 앓는 상희가 우리 집에 오면서 돌봐야 하는 아이가 둘이나 됐다. 사업으로 바쁜 나를 대신해 아내가 아이들을 돌봤다. 당시 중학생이던 큰딸 지영이도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잘 돌봐줬다.

어느 순간부터 지인들이 목회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웃어넘겼다. ‘주님, 제 분수를 압니다. 주의 종이 되는 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것입니까.’

몇 개월간 기도했음에도 응답은 없었다. ‘피할 수 없는 응답이 오지 않으면 목사가 되지 않겠다. 지금처럼 일하며 복음을 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1년쯤 지난 어느 날, 비몽사몽 기도 중에 환상을 봤다. 강어귀에 앉아 있는데 흰옷 입는 사람들이 나에게 안수하며 “주의 길을 가라”고 말했다. 나는 “아멘”으로 응답했다. 내 앞에 돌로 만든 아름다운 성이 보였는데 갑자기 갈라지며 와르르 무너졌다. ‘세상의 부와 영광, 권세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한순간에 무너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내가 목회자의 길을 가면 망설임 없이 뒷바라지하겠다고 했다. 신학교에 등록하고 주경야독했다. 사업을 그만둬 수입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내가 운영하는 분식집 수입으로 큰딸 지영이와 은만이, 상희를 돌보며 살아야 하니 그저 하나님만 의지해야 했다.

상희는 우리 집에 온 지 2개월이 지나자 상태가 조금씩 호전됐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는데 거짓말처럼 목을 혼자 세우고 “아빠 엄마”라고 말하며 움직였다.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데 상희의 상태를 본 의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병원에서는 전혀 치료가 안 됐는데요.”

나는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저분(하나님)이 하신 거죠”라고 답했다. 의사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료시간이 끝난 후 의사가 나와 아내를 따로 불렀다. “병원에 장애 등의 문제가 있는 4명의 어린아이가 있는데 부모가 잠적해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네요. 목사님이 이 아이들을 거둬주셨으면 좋겠어요.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해 주겠습니다.”

기가 막혔다. 아내의 대답은 더 기가 막혔다. 아내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내가 하겠다고 해 별말 없이 돌아왔지만, 이런 상황이 펼쳐지리라고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보름 뒤 4명의 아이가 우리 집에 왔다. 하나님은 우리 부부에게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을 주셨다. 누워있는 아이지만 정말 예뻤고 아이들만 보면 행복했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신학 공부를 마치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미소에 우리 부부는 피곤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 병원도 아닌 좁은 방에 누워있는 6명의 장애인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인간의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로지 하나님께서 그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돌보게 하셨다.

나는 그렇게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자가 될 수 있다니 감사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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