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15) 벅찬 환경에 1kg도 안 되는 칠삭둥이까지 떠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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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15) 벅찬 환경에 1kg도 안 되는 칠삭둥이까지 떠맡아…

다운증후군으로 부모가 권리 포기한 아이
심장 수술 급한 데 3kg에 못 미쳐 발동동
주변 도움으로 한달 만에 체중 늘려 수술

입력 2021-03-0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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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의 수양아들 주은이가 최근 고등학교에서 받은 표창장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사한 집은 아주 낡았다. 쥐가 많아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위로 쥐가 뛰어다닐 정도였다. 개미도 많았다.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개미가 고역이었다. 아이들의 땀이 고이는 곳에 개미들이 떼로 몰려와 살을 물어뜯는 바람에 욕창도 종종 생겼다. 여기서 오래 살 순 없었다. ‘주님, 여기서 탈출하게 해 주십시오.’ 기도가 절로 나왔다.

달동네에서 장애인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운다는 소문이 나자 봉사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한 사회복지사가 KBS 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에 우리 집 사연을 신청했다. 방송에 나오자 많은 분이 적지 않은 비용을 후원해주셨다. 주변의 많은 분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집을 구해 서울 난곡13동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2003년 3월 이사한 집에서 ‘주사랑공동체의 집’ 가정교회를 세웠다. 그해 10월 인근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부모들이 권리를 포기해 병원에서 지내는 아이를 데려가 돌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가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당시 우리는 아이들을 더 받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죽게 둘 순 없었다. 간호사에게 연락해 아이를 바로 데려왔다. 아이는 칠삭둥이 다운증후군으로 몸무게가 채 1㎏이 안 됐다. 생명의 징후가 약했다. 아이를 데려온 날 밤에 울면서 하나님께 매달렸다. “하나님, 살리려고 보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살려주십시오.”

아이의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산소를 공급해가며 주사기로 우유를 한 방울씩 먹였다. 생기가 돌았다.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119를 불러 대형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몸무게가 3㎏ 이상이 돼야만 수술할 수 있다고 했다.

간절한 심정으로 의사에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간청했다. 아이가 꼭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병원비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서 며칠을 지내는데 한 월간지 기자가 미숙아 관련 내용을 취재하러 왔다가 대상을 바꿔 나와 아이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그 기사가 실렸는데 그간의 병원비가 기적같이 충당됐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1.8㎏밖에 안 돼 수술할 수 없었다. 아이의 딱한 사연이 다른 병원 간호사에게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의 한 병원 수간호사가 찾아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치료하자고 제안했다. 그 병원에서 잘 돌봐주신 덕분에 아이는 한 달 만에 3㎏ 이상을 넘었고 심장병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

거의 8개월을 병원에서 지내다 보니 만만치 않은 병원비가 걱정됐다. 마침 권사였던 병원 과장이 우리를 긍휼히 여겨 병원비를 모두 대납해줬다. 이후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데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표창장도 받아왔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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