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16) 하늘로 보낸 한나 그리며 아이들 부모 되기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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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16) 하늘로 보낸 한나 그리며 아이들 부모 되기로 결심

무뇌증 장애로 6년 만에 세상 떠난 한나
주님 품에 안긴 환상 본 후 평안 얻어
그 일 계기로 장애아 모두 정식 입양

입력 2021-03-0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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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가 2001년 병원에서 데려온 한나를 돌보고 있다.

2001년 큰 병원의 사회복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말 기구한 사연이었다. 14살짜리 중학생이 복잡한 가정사로 가출했다가 임신해 출산했다. 출산 중 여러 약물을 먹어서 그런지 아이는 무뇌증으로 태어났다. 오래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세상을 떠날 때까지라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축 처진 아이를 안고 데려왔다. 이름을 한나로 지었다.

한나는 우유도 잘 못 먹어 거의 2시간 만에 우유를 먹었다. 우리는 하루 12시간 가까이 아이를 안고 키웠다. 한나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렇게 6년간 키웠는데 어느 금요일 아침 한나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한나야, 한나야.” 한나를 보내며 대성통곡을 했다. 많이 사랑했고 정이 들어 떠나보내기 힘들었다. 한나를 하늘로 보낸 후 나는 우울증이 생겼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흘렀고, 위로를 얻고자 기도하고 말씀을 봐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2개월이 흐른 어느 날 운전하는데 한나가 너무 보고 싶었다. 심장이 저릴 정도로 간절했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내리자 운전대를 잡을 수 없어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없이 울었다. 휴지로 눈물을 닦으려 하는데 차의 앞문 유리창에 환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래서 목을 앞으로 내밀어 유리창 위로 하늘을 쳐다봤다. 그렇게 보고 싶던 한나가 주님의 품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나가 참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제가 너무 욕심을 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나가 주님 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데…. 이제 한나를 보내겠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후 우울증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한나는 법적으로 내 딸이 아니었다. 우리는 한나의 아빠와 엄마, 언니와 오빠였는데 법적으로는 남남이었다. 나는 우리와 같이 사는 장애인 아이들을 입양하기로 했다.

입양하기 위해선 재판을 받아야 했다. 판사는 “왜 많은 장애 아이를 입양하시려는 거죠”라고 물었다. 나는 판사에게 “판사님, 아이들의 부모가 되기 위해 온 자리에 왜 입양하냐고 물으십니까. 아이들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냐고 질문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판사는 얼굴이 빨개졌고 머쓱하게 나를 쳐다봤다. 3개월 후 나는 법적으로도 아이들의 아빠가 됐다. 아이들은 우리의 둘도 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녀가 됐다.

‘이제 우리는 한 가족이고 내 사명은 많은 가족과 예배드리며 이들을 잘 돌보는 것이구나.’

그런 줄 알았다. 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2007년 4월 꽃샘추위가 있던 새벽 3시경 한 아빠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것이 베이비박스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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