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원 아니잖아”…‘백신 패싱’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실습생

국민일보

“정직원 아니잖아”…‘백신 패싱’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실습생

조사 배제…1차 끝났는데 해명 없어 공문엔 명시…고의성 차별에 분노

입력 2021-03-02 00:04 수정 2021-03-02 10:03

대구의 한 요양병원 간호병동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현장 실습을 하고 있는 예비 간호조무사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이 백신 수요조사 명단에서 실습생을 모조리 제외한 것이다.

A씨는 1일 “한 달 전 병원 수간호사가 일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백신 수요조사를 진행했었다”며 “이후 실습생만 따로 조사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명단은 보건소에 그대로 제출됐고 이달 초부터 실습생만 빼고 백신 접종 계획이 잡혔다고 한다. A씨는 “백신 접종을 희망했던 실습생 10명 전원이 2차 접종 논의가 다시 나올 때까지 손놓고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며 “병원 측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이 국가가 지정한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병원 측에서 실습생은 정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백신 수요조사 과정에서부터 제외시킨 것이다. 이미 1차 수요조사가 종료된 상태여서 실습생들이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실습생 이모씨는 본인이 우선접종 대상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한다. 병원 측에서 애초에 실습생들을 모아놓고 ‘정직원이 아니면 접종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첫 백신 접종 당일이었던 지난 26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다른 병원 실습생들의 접종 후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됐고 그제야 병원 측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다만 이씨는 “병원 눈치를 봐야 하는 실습생 입장에서 따로 항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씁쓸해했다.

실습생에 따르면 이들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를 위해 요양병원에서 780시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 문제는 이들의 주요 업무가 환자의 혈압·체온 측정과 입·퇴원 환자 침상 정리 등 사실상 의료진만큼이나 환자와 대면 접촉할 일이 많은데도 1차적으로 백신 맞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실습생들 패싱하는 병원’ 등 성토하는 글이 쏟아진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 행정직군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내려보낸 공문을 보면 ‘실습생도 접종 대상자에 포함된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며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인력을 정직원 여부를 두고 차별할 이유가 없는데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정규직 여부나 의료인 여부 등에 상관없이 병원 내 모든 사람이 접종대상”이라며 “여기에는 사적 고용된 간병인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병원이 아직 접종 기간 중이라면 언제든지 보건소에 연락해 접종 명단에 추가 입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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