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바쁜 개척 초기… 교통사고로 다리뼈 형체도 없이 으스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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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바쁜 개척 초기… 교통사고로 다리뼈 형체도 없이 으스러져

목회사명 넘어 소명을 붙들라 <5>

입력 2021-03-0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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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신생중앙교회 목사가 1979년 12월 성탄절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당시 김 목사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지만 치유의 기적을 경험했다.

1978년 7월 30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전거를 타고 석관동 파출소 앞 사거리 건널목을 건너는데, 과속으로 달리던 택시가 나를 들이받았다.

하늘로 퉁겨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급브레이크를 밟던 택시가 미끄러지면서 또다시 들이받았다. 난 다시 튀어 올라 택시 앞 유리창에 부딪힌 후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기사는 핸들을 붙든 채 떨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축 늘어진 나를 옮겨 차 뒷좌석에 태우고 기사에게 일렀다. “기사 양반, 살지 못할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빨리 가요.”

그러나 기사는 병원이 아닌 자기네 택시회사로 차를 몰아갔다. 장위동에 있는 운수회사였다. 차가 멈추자마자 누군가 달려왔다. “야, 너 또 사고 쳤냐.” “아니요. 이 사람이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순간 눈앞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입술이 움직였다. “아저씨, 건널목인데 아저씨가 날 받았잖아요.” 깜짝 놀란 기사가 말했다. “뭐야. 아직 안 죽었어.”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운수회사 직원은 부랴부랴 경희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검사실로 들어가기 전 간호사를 붙들고 동네에 사는 박 집사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아내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검사가 끝나고 해가 저물어가는데도 아내는 오지 않았다. 간호사가 연락을 안 한 것이다.

같은 시각, 올 시간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는 나를 기다리던 아내는 사거리 행상 노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자전거를 타던 건장한 청년이 택시랑 부딪혀 죽었다고 했다. 아내는 자전거 가게로 달려가 휴짓조각처럼 구겨진 자전거를 보면서 혼비백산해 경희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아내가 도착하자마자 하얀 천을 뒤집어쓴 환자의 주검을 보고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검사를 마치고 응급실로 다시 돌아오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여보, 나 여기 있어.” 아내를 보니 ‘살았구나’ 하고 안도가 됐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검사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전치 20주로 다리뼈가 형체도 없이 으스러진 상태였다. 의사는 수술을 받아도 장애인이 되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택시기사를 추궁하던 형사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사고 당시에 의식이 있으셨나요.” “저는 석관동 신생중앙교회 전도사인데요. 합의금은 하나도 필요 없어요. 저분 그냥 풀어주세요.”

형사가 놀란 표정으로 기사에게 다가가 뭐라 말을 건넸다.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기사가 깜짝 놀라 내게 다가왔다.

“진짜 괜찮아요. 하나님 믿는 사람은 거짓말 안 해요. 그냥 가세요.” 형사와 기사가 돌아가자마자 아내에게 당장 교회를 맡아줄 사람을 찾으라고 전했다. 한참 머리를 짜낸 끝에 동창 전도사가 떠올랐다. 내가 살던 월세방을 내어주고 생활비를 주는 조건으로 당분간 교회를 맡아달라고 했다.

당장 이번 주 주일 예배에 지장이 없도록 신신당부를 했다. 교회는 해결됐지만, 아내와 어린 딸이 머물 곳이 없었다. 젖먹이를 따로 맡길 수 없어 아내와 딸은 친정으로 거처를 옮겼다.

수술 날짜를 기다리며 머릿속은 오직 교회 생각뿐이었다. ‘목발을 짚으면 심방은 잘할 수 있을까. 1시간의 예배 시간을 한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을까. 찬양할 때 손뼉을 치려면 손이 자유로워야 할 텐데….’

아내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문병을 오는 교인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뜸해지는 것이었다. 교인들이 시험에 들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하나님, 저들은 나를 버려도 아버지는 결코 버리지 않음을 믿습니다.’ 한참을 기도하는 중에 예수님의 얼굴이 비몽사몽 중에 떠올랐다. 친히 부서진 내 손을 잡으시며 에스겔 37장 3~7절 말씀을 하셨다. “인자야 이 뼈들이 능히 살 수 있겠느냐….”

주님의 피 묻은 손이 상처를 지날 때마다 에스겔 골짜기의 말씀처럼 조각난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맞춰지기 시작했다. 뼛조각이 이동하는 아픔이 얼마나 컸던지 소리를 크게 지르다 잠에서 깨어났다.

중환자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다 깨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물었다. “의사를 부를까요.” “여보 예수님께서 나를 고쳐주셨어. 나를 고치셨어요.” 이튿날 수술을 하려고 방사선 촬영을 했는데 담당 의사인 유명철 박사가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세상에, 이런 일은 처음 봅니다. 뼈가 붙어가고 있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내에게 퇴원하자고 했다. 며칠 뒤 주치의는 수술은 안 해도 되니 뼈와 근육이 제대로 아물도록 깁스는 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유 없이 두세 차례 깁스하는 일정이 연기됐다. 그래도 계속 기도했다. 의사가 말했다. “깁스 없이도 뼈가 잘 붙어가고 있으니 안 하셔도 되겠네요.” 그날부터는 하루빨리 퇴원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예정보다 훨씬 빨리 퇴원하게 됐다.

김연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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