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18) 어느 날부터 아기들이 울부짖는 환청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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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18) 어느 날부터 아기들이 울부짖는 환청에 시달려…

병원선 이상 없다는데 계속 또렷하게 들려
아이들 살리라는 주님의 명령임을 깨닫고
체코 베이비박스 벤치마킹 교회 벽에 설치

입력 2021-03-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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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왼쪽)가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앞에서 베이비박스 설치를 돕고 있다.

어느 날부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기들의 서글픈 울음소리였다. 낙태로 인해 몸부림치며 고통 중에 죽어가는 아이들의 소리, 아무도 없는 곳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환청 치료와 아이들의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에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내게는 또렷하게 들려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은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대변인이 돼라. 이 아이들을 살리라’는 명령이었다.

병원의 인큐베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저걸 응용하면 되겠구나.’ 국민일보에서 체코의 베이비박스 기사를 본 건 며칠 후였다. 기자에게 연락해 현지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베이비박스를 수입할 수 있는지, 안되면 도면이라도 구할 수 있는지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장이 없었다. 낙심이 컸다.

주님이 주시는 생각과 지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에서 문을 열어 아기를 보호하고 맞은편에서도 아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양쪽으로 문을 만들고, 안에는 아이의 체온을 보호하도록 온도를 유지하고 문을 열면 소리가 나도록 해야겠다. 카메라를 설치해 아기가 들어왔는지 봐야겠다.’

친구 중 철공 일을 하는 집사가 있었다. 나는 구상한 대로 그림을 그려 친구 집사에게 베이비박스 제작을 부탁했다. 친구는 2주 뒤 설계도 초안을 만들었다. 몇 차례 보강을 한 뒤 2009년 12월 베이비박스가 교회 벽에 만들어졌다. 가로 70㎝, 세로 60㎝, 폭 45㎝ 크기였다.

“하나님,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버려져 죽지 않게 해주세요.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게 해주세요. 다만 베이비박스가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하나님께서 살려주십시오.”

이후 3개월간 베이비박스에 아기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종종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호기심으로 여는 바람에 초인종 소리가 나 확인했지만, 아기가 들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010년 3월 어느 날 갑자기 베이비박스 벨이 울렸다. 베이비박스로 다가가는데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수건으로 배꼽만 살짝 덮었는데 탯줄이 그대로 있는 아기였다.

온몸이 오싹하고 떨렸다. 아내와 자원봉사자들은 아기를 보자마자 대성통곡했다. 나는 봉사자들을 다독였다. “하나님께서 아이를 베이비박스를 통해 살리셨어요. 이 세상 죄악의 물에 떠내려오는 아이를 모세처럼 베이비박스로 건지셨어요. 오늘부터 이 아이의 이름은 모세입니다.”

모세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 사랑스러운 아기로 건강히 성장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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