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파란만장 강골 윤석열의 퇴장

국민일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파란만장 강골 윤석열의 퇴장

고초 때마다 지지율 1위 기현상
“檢 역할 지나치게 인식” 평가도

입력 2021-03-05 00:03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의를 표명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총장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로 각인돼 있으나 지나치게 검찰의 역할을 인식하는 ‘검찰주의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성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본인을 “20여년간 부패범죄를 다뤘고, 검사장이 되기 직전까지 법정에서 직접 싸워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권력 수사에 타협하지 않는 모습, 정권에 의해 좌천된 이력은 그에게 ‘강골 검사’ 이미지를 심어줬다. 반면 검찰의 역할을 지나치게 인식하는 검찰주의자라는 평가도 따라다녔다.

윤 총장이 “권력형 비리와 대형 경제범죄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대하는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검찰의 특별수사를 강조하는 ‘특수통’이었다. 평검사였던 2003년 이미 대선자금 수사단에서 활약했고,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여러 대기업 비리를 수사했다.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이 그의 손을 거쳐 구속됐다.

국민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였다. 그는 윗선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강행,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는 그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폭로했다. 이때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3년 가까이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검을 맴돌던 그는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했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표면화한 2016년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일했다. 그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10일 만에 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2019년에는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는데,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5기수 후배가 임명된 파격 인사였다.

2019년 9월 그가 결정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수사는 그가 다시 정권과 불화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도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측근들의 좌천 속에서 사실상 대검에 고립됐다. 수사지휘권을 자주 박탈당하고 사상 처음으로 직무집행정지까지 이뤄지면서 그는 스스로를 ‘식물총장’이라 불렀다. 그가 여러 사건에서 고초를 겪을 때 정작 여론조사 지지율이 1위를 기록하는 기현상도 있었다.

법조계는 끊임없이 윤 총장의 사직을 예상했다. 조 전 장관 수사, 측근 좌천 인사, 수사지휘권 박탈, 징계 청구 등 그가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근거도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 윤 총장은 주변에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검찰 해체를 말하는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에는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지난달 검사장급 및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의견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음을 굳힌 기색이었다고 그와 가까운 법조인들이 전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참모진도 의중대로 꾸리지 못하는 총장이 그간 있었느냐”며 “그에겐 남은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권을 빼앗는 것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많이 견뎠다”고 말했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

野 “정권 폭주 막을 브레이크 사라져”… 새 정치세력화 기대도
끝내 갈라선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선 때까지 대립각 불가피
민주당 “윤석열, 참 염치 없고 값싼 사람… 檢 조직 정치 행보에 활용” 맹폭
“검찰 넘어 국가 걱정한듯” 윤석열 정치에 기대반 우려반
尹, 전격 사퇴… “자유민주주의·국민 보호 온 힘”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