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다름을 받아들이는 훈련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다름을 받아들이는 훈련

윤소정 패션마케터

입력 2021-03-08 04:05

서른 중반에 머리와 마음을 비운 뒤 다시 채우러 유학을 떠났었다. 유럽 사회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영국 한 대학의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만만치 않은 학비의 수업들이었지만 일 년 동안 학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업 내용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무엇보다 교수진의 기획력과 노력이 돋보였던 수업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유학 전에 강사 생활을 해 봤던 터라 저게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담긴 수업인지 더 와 닿았다. 교수들은 학기 초반에 수업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가이드를 제공하고 나면 수업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학생들의 입을 통해 모두 다루고 논의하게 했는데 그 기술이 마치 무대 연출가 같았다.

다양한 수업 방식 중에 토론 수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토론에 익숙지 못한 학생들을 곤란하게 하는 즉흥적 토론이 많지도 않았다. 수업 전에 읽어야 할 리딩 리스트를 제공하고 주제별로 두 팀의 토론팀을 구성해 서로 다른 입장을 대변하도록 했다. 그런데 토론팀 구성 때 교수가 너는 어느 쪽 의견이 더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더니 결국 내 생각과 다른 팀에 배치시켰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반대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에 감정적 저항이 심해 힘들었다. 예를 들어 클래식을 너무 사랑하는 학생에게 클래식 발전에 왜 국민 세금을 들여야 하느냐고 주장하는 팀에 속해 그들 의견을 대변하라는 식이다.

받아들이기 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그런 수업을 통해 학습 효과가 더 좋아져 상대 의견이 제법 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일상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의 삶에서 나와 생각이 너무 달라 눈도 마주치기 싫던 사람의 얘기를 공감하게 됐고 내 생각을 다듬게 됐다. 한국에 와서 학생들에게 꼭 한 번 시도해 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아직 그런 이슈를 다뤄 보지 못했다. 대신 하루하루 그저 수많은 정보를 퍼나르기 바쁘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