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현금 지원 개념의 ‘뒤섞임’

국민일보

[가리사니] 현금 지원 개념의 ‘뒤섞임’

전슬기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3-08 04:02

코로나19는 재정 팽창, 큰 정부 시대를 열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과거와 비슷한 회복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한동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1년간 정부는 현금을 직접 지원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현재 언급되는 방식들을 보면 각각 장단점이 있고, 특징이 다르다. 그런데도 정치적으로 개념들이 섞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현금 지원 방식들이 더 자극적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목적과 상황에 맞게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4차까지 진행된 재난지원금은 5차, 6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편과 선별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는 감염병 위기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돈이 있어도 방역으로 쓰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재원에 한계가 있다면 취약 계층에 지원금을 두텁게 몰아주자는 선별 지급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열린 한국경제학회 ‘2021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보편 지급이었던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은 24.4~78.2%로 기존 해외 유사 정책(20~40%)보다 높았다. 그러나 특정 계층·업종에 훨씬 효과가 있었는지는 각 연구자의 견해가 달랐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은 단순한 소득 보전인지, 늘어난 소득이 지출까지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경기부양인지 등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 진작 목적이라면 방역과 충돌할 수 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지원금은 특정 위기에 지급하는 일회성 수당이다. 전체 복지 제도의 보편·선별 문제와 연결하는 논쟁은 맞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연내 마련될 손실보상은 재난지원금과 명백히 다르다. ‘지원’은 국가가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으로 범위와 기준 등에 정부 재량이 있다. 하지만 ‘보상’은 국가가 적법한 행위를 했으나 피해가 발생할 때 지급한다. 보상 개념으로 법을 만들면 국가는 ‘지급 의무’가, 당사자는 청구할 ‘법적 권리’가 생긴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과 달리 손실 시 지원이 보장된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은 엄격히 보면 행정명령(영업제한·금지) 업종만 해당될 수 있다. 경기 부진으로 간접적 피해를 입은 일반 업종 등은 지원하기 힘들다. 학계에서 손실보상은 행정 조치 업종으로 한정하고, 이외 피해 계층은 재난지원금으로 돕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실행의 어려움은 변수다. 국가의 지원은 어떤 기준을 만들어도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재난지원금은 불만에 그치지만, 손실보상은 법적 권리가 생겨 누구나 입증할 수 있으면 국가를 향한 소송 등 각종 청구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손실보상과 재난지원금이 결국 중복되는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정부가 개념을 둘러싼 난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기본소득은 다시 거센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 정치권은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을 뒤섞어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무조건, 개인당, 현금을 주기적으로 주는 특징을 가진다. 일회성 또는 일부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수당과 차이가 있다. 지속적으로 모두에게 주기 때문에 기존 복지 제도와 가장 연관성이 크다. 정부가 돈이 무한정 있지 않은 까닭에 기존 제도와 기본소득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 기본소득 도입 시 복지 제도가 통폐합되면서 저소득층은 오히려 지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분석도 있다. 또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하게 되면 거시 경제와 소득 재분배, 후생 효과 등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향후 기본소득은 어떤 범위의 기본소득인지 그 전제를 정확히 하고 기존 복지 제도와의 관계 설정, 재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전슬기 경제부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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