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락 (19) 아기 놓고 간 미혼모 “우리 아기 잘 있나요” 울며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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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19) 아기 놓고 간 미혼모 “우리 아기 잘 있나요” 울며 전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친부모
상담 통해 아이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양육 환경 어려울 땐 경제적 지원도

입력 2021-03-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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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가 2012년 8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첫아기 모세를 만난 며칠 뒤, 다운증후군 장애아기가 보호됐다. 베이비박스가 위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장애 아기들을 보호한다는 소문이 났다. 당시 월 2~3명의 아기가 보호됐다.

베이비박스 벨이 울리면 곧바로 사진을 찍고 아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112에 연락해 미아신고를 했다. 경찰들은 아기의 DNA를 채취하고 구청에 연락해 아기 보호를 요청했다. 구청은 난감해하면서 한 달이 돼야 아기를 데려갔다.

어느 날 새벽 3시, 아기를 놓고 간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술에 취한 목소리였고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목사님, 우리 아기 잘 있나요. 좋은 부모 만났나요.”

나는 ‘아이의 친부모가 죄책감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 2011년부터 아기를 놓고 간 부모를 어떻게든 만나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 2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새벽에도 아기를 돌보던 아내는 바로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를 살피러 갔다. 나는 밖으로 나가 급히 자리를 떠나려 하는 엄마를 불러 세웠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엄마도 죄책감에 힘든 세월을 보냅니다. 저와 얘기 좀 하시죠.”

아기 엄마는 교회 사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힘든 결정을 왜 하게 됐는지 물었다. 엄마는 10대 미혼모였다. “아기 친아빠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도망갔어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고 부모님도 모르세요. 아시면 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아기 엄마는 3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사연이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사무실 창밖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엄마의 표정을 보니 처음 왔을 때보다 한결 편해 보였다. 내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요”라고 묻자, 엄마는 “전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답했다.

“기도하는 엄마는 돼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기 엄마와 영접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친 엄마는 “목사님, 혹시 아기 키워주실 수 있나요.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년만 키워주시면 제가 꼭 데리러 올게요”라고 말했다.

1년 뒤 아기 엄마는 약속대로 아기를 데리러 왔다. 정말 기뻤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아기 엄마가 자립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3년간 양육 키트와 생활비를 보내줬다.

한국형 베이비박스의 시작이었다. 아이의 보호를 넘어 아이 부모를 만나 상담을 통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했다. 양육 환경이 어렵다면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경제적 지원을 한다.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를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 그 사명이 내겐 막중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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