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요금, 탄소중립을 위한 넛지

국민일보

[기고] 전기요금, 탄소중립을 위한 넛지

봉기태 법무법인 한별 파트너변호사

입력 2021-03-09 04:03

‘넛지(Nudge)’는 2008년 동명의 저서를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뜻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 밖으로 튀는 소변을 80%나 줄인 것이 넛지의 대표적 사례다. 공공정책에서도 국민의 좋은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금지와 명령 같은 강압적 수단이 아닌 부드러운 권유에 기반한 넛지가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는 가장 강력한 글로벌 이슈로 급부상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내 발생 가능한 위험으로 극단적 기상 현상, 기후변화 대응 실패, 인간의 환경 피해가 1~3위를 차지했다. 불과 5년 전에는 국가 간 갈등, 국가 붕괴, 실업 등 정치·경제적 요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주요 국가와 기업들은 새로운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다퉈 움직이고 있다. 2019년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고,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 정부와 소비자의 탄소 저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를 만들어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을 유엔에 제출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61개국 중 58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탄소배출량 증가율은 최상위다.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경제 속에서 국가와 기업의 생존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대로는 부족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화학·철강 등 기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효율 개선과 저탄소 에너지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전기화가 가속화되는 현 상황에서 저렴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기존 패러다임만으로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이에 가격 신호 기능 강화를 통한 전기요금의 넛지가 필요한 때다.

올해부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연동제는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소비자는 비용 변화를 반영하는 전기요금에 따라 합리적으로 전기를 소비할 것이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에너지 절감 기술 투자가 촉진되고 비효율적 대체 소비가 억제돼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해 전기요금의 가격 기능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된 환경을 위기로 인식하기보다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저탄소 사회를 향한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새로운 요금제의 부드러운 넛지가 합리적 변화를 선도하길 기대한다.

봉기태 법무법인 한별 파트너변호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