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얀마 사태와 국제사회, 우리 정부의 역할

국민일보

[시론] 미얀마 사태와 국제사회, 우리 정부의 역할

천기홍 (부산외국어대 특임교수·양곤대 세종학당 겸임)

입력 2021-03-09 04:04

미얀마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8일로 36일째, 국민들이 군부 반대를 외치며 ‘시민불복종운동’을 위해 거리로 나온 지는 32일째다. 이 기간 동안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5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1000명 이상 체포·구금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 2주 만에 첫 희생자가 발생하자 유엔과 국제사회는 신속한 성명을 통해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했다. 하지만 군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수용하지 않았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특사는 지난 며칠간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미얀마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며 경고의 수위를 높였고,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군부와 관련된 자금 동결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군부가 강경 진압의 뜻을 굽히지 않는 배경을 알려면 지난 과거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2년 네윈의 첫 쿠데타 이후부터 2011년 1차 문민정부 시기까지 정치권력을 비롯한 모든 계층과 인프라에 뿌리내린 기간만 50년에 가까울 정도로 군부는 튼튼한 조직을 갖췄다. 미얀마는 초기에 ‘버마식 사회주의’ 노선을 지향하며 60년대 농업생산에만 의존했던 자력갱생과 잘못된 쌀 생산 억제 정책을 통해 실패를 겪었고, 1974년 제정된 외국인투자법이 2년 만에 중단되면서 처음으로 서방세계로부터 경제제재 조치를 받았다. 2003년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인해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받긴 했지만 군부는 40년간 제재 조치에 대응하는 시간을 벌었다.

70년대 후반 서방으로부터의 고립은 1988년 민중항쟁,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제재는 2007년 샤프란 혁명의 불씨가 됐다. 하지만 군부를 겨냥했던 제재는 피폐해진 국민 삶과는 반대로 군부의 자금을 축적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시험대로 이용됐다. 국영 기업은 친군부 사기업을 통해 자금 순환 창고로 이용됐고, 제재가 반복되면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대안으로 삼았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방패 역할도 문제다. 지난 5일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해 고강도 제재 방안을 논의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미온적 태도를 취해 또 한 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버기너 특사가 3일 공개한 군부와의 대화 내용도 이를 방증한다. 버기너 특사가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군부는 제재에 익숙하고 지금까지도 문제가 없으며 소수의 친구와 함께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치는 신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사회 연대와 국제질서의 뚜렷한 변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연대는 사태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인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대응은 조 바이든 정부의 능력을 평가하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미국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수호와 인권 보호의 대응 기조를 알 수 있어서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동맹국들과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한국 문화 콘텐츠(K컬처)의 강점 활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요긴하다. 우리는 한류를 통한 전 세계 문화 콘텐츠 전파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권 보호를 위한 전 세계적 공감대를 이끌 홍보 전략은 국가 간 예민한 이념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의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미얀마 국민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군부와 맞서고 있다. 이들이 국제사회에서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며 버티고 있음을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양곤(미얀마)에서

천기홍 (부산외국어대 특임교수·양곤대 세종학당 겸임)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