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LH 특검, 능사 아니다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LH 특검, 능사 아니다

입력 2021-03-23 04:20 수정 2021-03-23 04:20
전국에 걸친 부동산 투기 의혹
특검이 수사 맡기에는 부적절
인력과 수사범위의 한계 때문

여야의 특검 도입은 표심 얻기
위한 선거용에 불과…정략적
접근으로 실무협상서 정치쇼
보여주다 헛발질로 끝날 수도

국수본이 미덥지 않으면 검찰
투입해 합동수사체제로 전환
하는 게 특검보다 훨씬 효율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은 뜬금없다.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특검이 나서는 데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 대상은 특정 사안이 아니라 3기 신도시와 국가산업단지 등 전국에 걸친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LH 직원과 공직자 등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초점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망라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지난 10일 구성된 것도 전국 각지에서 횡행한 투기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인력만 해도 총 80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규모다.

이 같은 성격의 사안이면 통상 특검의 조직 규모와 수사 범위 및 수사 기간 등의 한계를 감안할 때 특검이 맡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특검제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다. 특검은 검찰이나 경찰 수사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거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될 때 도입되는 게 일반적이다. 권력형 비리나 특정 게이트 등 수사 대상도 명확해야 한다. 그간 13번 꾸려진 특검의 타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특검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특검 무용론’까지 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야가 합의한 LH 특검은 선거용에 다름 아니다. 투기 파문이 4·7 선거를 앞두고 정권 차원의 최대 악재로 떠오르자 코너에 몰린 여당이 느닷없이 특검을 제안하고, 머뭇거리던 야당이 국회 국정조사와 선출직 전수조사 등을 조건으로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선거 표심을 얻기 위한 여야의 선명성 경쟁에 불과하다. 들끓는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판세가 불리해질 수 있기에 여야가 ‘묻고 따블로’식으로 판을 키운 것이다.

현재 국수본 주축의 특수본이 동시다발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 등 강제수사를 본격화하는 마당이다. 일각에서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의심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부터 경찰 수사력을 과도하게 폄훼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전국적 수사 체계를 갖춘 국수본이 처음 맞이한 대형 사건에 대해 강한 수사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만큼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수사를 지켜보는 게 마땅하다. 검찰도 특수수사 역량이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의 원년이다. 검·경의 유기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그래야 수사권 조정에 따른 새로운 수사 체제가 안착된다.

정녕 국수본이 미덥지 않고 수사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면 수사 기법이 축적된 검찰을 특수본에 합류시키면 된다. 그러나 여권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제한해 놓은 데 대한 정당성이 훼손되는 걸 우려해 검사의 특수본 파견마저 배제하고 있다. 협량 정치의 소산이다. 국가적 중대 사건을 해결하려면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에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검찰이 6대 범죄 외에도 대형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관련 대통령령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일선 고검장들도 최근 법무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국가적 중요 범죄에 대해 대응 역량이 총동원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지 않았는가.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여당은 수사권 조정의 오류를 인정하기 싫어 먼 길을 돌고 돌아 특검 카드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건 모순이다. 특검이 출범하면 어차피 파견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수사진의 주축을 이룰 수밖에 없어 수사권 제한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줄곧 LH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주장하던 야당이 특검에 맞장구를 친 것도 도긴개긴이다. 특검 대상에 청와대를 포함시키고 수사 기간도 1년 이상을 주장하는 모양인데 이는 대선 때까지 판을 끌고 가겠다는 정략적 발상일 뿐이다. 여당은 한술 더 떠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까지 파헤치자고 하는데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이러니 특검과 관련해 오늘부터 가동되는 여야 실무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4·7 선거 때까지 정치쇼만 보여주다 헛발질로 끝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다 해도 특검 임명과 구성 등에 수개월이 걸려 시간만 질질 끌게 된다. 이런 쇼를 하느니 차제에 특검은 접고 검·경 합동수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낫다. 특검이 감당할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한 국무총리의 말대로 소는 누가 키울지 걱정되기만 한다.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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